마라톤에 필요한 연료중의 하나인 탄수화물은 주로 근육과 간에 글라이코진(Glycogen)이란 다당체(多糖體)로 비축됩니다.


<그림설명>왼쪽 그림은 포도당분자들이 모여서 다당체인 글라이코진을 형성하는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른쪽 그림은 세포속의 글라이코진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근육의 글라이코진
근육의 글라이코진은 운동 시 근육에서 단당체(單糖體)인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연료로 쓰입니다. 이 때 근육 글라이코진의 분해로 만들어진 포도당은 근육에서만 쓰여지며 혈액으로 방출되어 혈당을 유지하는데는 쓰여지지 않습니다.

운동시 근육에서 포도당의 초과공급으로 생긴 젖산은 혈액으로 방출되어 간에서 다시 포도당으로 합성(코리 사이클, Cori Cycle)되며 혈당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합니다. 휴식시의 근육 글라이코진 이용률은 미미합니다.

간의 글라이코진
식후 잉여 당분은 간에 글라이코진으로(註1 참조) 저장됩니다. 공복 시에는 비축된 간의 글라이코진이 단당체인 포도당으로 분해되며, 혈액 중으로 방출되어 혈당치를 안정시켜줍니다. 간의 글라이코진은 근육에서와는 달리 휴식 시에도 시간당 약 10g정도 분해되어 몸의 중추신경, 심장, 신장, 적혈구, 근육에서 연료로 사용됩니다.

운동 시 근육이 많은 혈액중의 포도당을 사용하며,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 간의 글라이코진은 시간당 40-60g정도 분해됩니다. 마라톤시 주자가 자기최고능력의 70-85%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면, 간은 약 2시간 반에서 3시간 반 동안 포도당을 혈액에 공급할 수 있는 양(100-140g)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풀코스를 4-5시간에 들어오는 주자는 간의 글라이코진 고갈로 저혈당 증세에 시달릴 확율이 높아집니다. 주자가 그 보다 더 약한 강도로 달린다면 간이 혈액에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집니다.

저혈당증
카보로딩(Carboloading 혹은 Carbohydrateloading)은(註2 참조) 이제 우리 달림이들에게 친숙한 말입니다. 그러나 울트라를 하시는 분들이 자주 접하는 저혈당증이란 단어는 아직 마라토너들에게는 별로 익숙하지 않는 말입니다. 저혈당증이 오면 달림이는 근무력증(筋無力症), 극심한 피로, 집중능력 저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 창백한 혈색, 배고픔, 불쾌감, 어지럼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의식을 잃습니다.

풀코스 마라톤 후 약 2%의 달림이가 심각한 저혈당증을 경험하며, 56K 울트라 후엔 약 6%, 90K 울트라 후엔 약 11%의 마라토너가 저혈당증을 경험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현재 한국은 아마추어들의 마라톤시합 참여가 폭발적입니다. 훈련이 잘 안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간의 포도당 방출양이 일류선수에 비해 떨어집니다. 이의 주된 이유는 초, 중급 달림이들이 상급 주자에 비해 간에 글라이코진을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또 젖산을 간에서 포도당으로 합성하는(코리 사이클)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보통 오전에 시작하는 경기참여를 위해 바삐 서둘다, 아침식사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이 상태에서 마라톤을 하면 간 글라이코진은 일찍 바닥나 저혈당증을 초래할 위험이 커집니다. 왜냐하면 간 글라이코진은 수면 중에도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분해 사용되므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간 재고량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외국의 권위 있는 대회에서는 달리기전이나 마라톤 중에 충분한 탄수화물섭취(카보로딩이 아닌)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욕마라톤 주최측은 참여자들이 대회 시작 4시간 전에서 1시간 전 사이에, 소화가 잘 되는 풍부한 탄수화물을 취향과 편의에 따라 들것을 권장했습니다. 마라톤 경기 중에 경험하는 극심한 피로는 근육의 탄수화물 결핍과 더불어 간의 글라이코진 고갈이 한 원인입니다.

지구력 향상과 피로감 저하
1980년 초반에 미국 텍사스의 생리학자인 에디 코일과 엔디 코간은, 운동 전/중의 당분섭취가 저혈당증을 방지해 지구력을 향상시키며, 운동경기능력을 향상시켜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이 논문은 많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었으며, 우리가 잘 아는 남아공의 거트 테이스나 케냐의 폴 터갓 같은 우수선수들에 의해서도 실제로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피로할 때 설탕이나 꿀을 풀어 마시는" 민간요법을 알고있습니다. 저혈당증이 오지 않은 상태라도 경기 중 충분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마라토너가 느끼는 피로감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註1: 식후잉여 당분은 간 이외에도 근육, 심장, 신장 등에 글라이코진으로 합성되어 저장되며, 지방으로도 합성되어 지방세포나, 근육에 저장됩니다.

註2: 여러 가지 이유에서 선무당은 인위적인 카보로딩을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충분한 사전 훈련과 적절한 휴식(테이퍼링), 풍부한 탄수화물 섭취만으로도 근육과 간의 글라이코진은 초과저장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