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가이드

이제 막 마라톤에 입문한 러너라면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대비해 마라톤의 유래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어떨까? 마라톤(Marathon)은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기원전 490년 마라톤 평원에서 맞붙은 ‘마라톤 전쟁’에서 유래한 육상 종목이다. 당시 달리기를 잘 하는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스파르타까지 약 200km에 이르는 먼 길을 뛰어 원군을 청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리스군의 승전보를 아테네에 속히 전하라는 명을 받고 다시 40km 거리를 달려가서 “우리가 승리했다‘는 말을 전하곤 그 자리에서 죽었다. 이후 페이디피데스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마라톤 경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일화에는 반론도 있다. 페이디피데스는 엄청난 거리를 달리느라 탈진해 전장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며, 40km를 달려 승전보를 전한 이는 다른 병사라는 것이다. 또한 소식을 전한 이는 전투병이 아니라 전장에서 고용된 직업적인 전령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테네에 도착한 페이디피데스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라는 말을 하고 죽었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은 기원전 47년 줄리어스 시저가 폰투스의 파르나케스 2세와 싸워 이긴 후 승전보에 쓴 경구다. 괜히 아는 척 했다간 망신을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42.195km라는 마라톤 거리는 누가 어떻게 잰 것일까? 전쟁터에서 전령이 달린 거리를 누가 따라다니며 기록해두기라도 한 것일까? 사실 승전보를 전한 병사는 대략 40km 정도 거리를 뛰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며, 따라서 초기의 마라톤 경기는 거리가 완전히 통일되지 않았었다. 기록을 겨루기보단 등위를 겨루는 경기로서 40km 내외의 거리를 달린다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제4회 런던올림픽 당시 갑자기 마라톤 출발점을 윈저궁의 명당자리(왕족들이 관람하기 좋은)으로 옮기는 바람에 당초 42km로 예정됐던 거리가 195m 늘어난 일이 있었다. 이후 올림픽 마라톤 경기의 공식 거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도’ 이 거리가 채택되었고, 지금까지 마라톤의 공식 거리가 돼버렸다. 또한 풀코스가 42.195km이므로 이를 절반만 달리는 하프마라톤 거리는 더욱 복잡한 21.0975km가 됐다. 그 옛날 출발선만 옮기지 않았다면 마라톤 코스 계측하는 이들이 좀 더 편했을 것이다.

코스 얘기가 나온김에 로드레이스 종목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아보자. 마라톤대회 요강을 살펴보면 마라톤 풀코스 외에도 다양한 로드레이스 종목이 있다. 이 종목은 무슨 기준으로 나눠 놓은 것일까?

주최 측이 멋대로 정한 것은 아니고, 대개 국제육상경기연맹의 로드레이스(도로경기) 종목 분류를 따른 것이다. 연맹은 100km, 마라톤, 로드릴레이, 30km, 25km, 하프마라톤, 20km 15km, 10km 종목의 기록을 집계하고 있다. 이중 로드릴레이는 흔히 ‘역전경기’라고도 하며 풀코스를 6명의 선수가 5km, 10km, 5km, 10km, 5km, 7.195km 구간을 이어 달린다. 국내 아마추어 마라톤에서는 풀코스(마라톤), 하프코스, 10km, 5km 4개 종목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10km와 5km, 10000m와 5000m는 결국 같은 거리인데 왜 표기를 다르게 할까? 전자는 도로에서 치르는 경기고 후자는 400m 트랙에서 치르는 경기다. 노면 여건상 같은 거리라도 기록 차이(트랙이 유리)가 나기 때문에 종목을 구분한다. 기록측정도 트랙경기는 100분의1초까지 하지만 로드레이스는 초단위까지만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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