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가이드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조직적 도핑 의혹이 공개되면서 세계 육상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반도핑기구 소속 의사와 육상연맹 코치는 물론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사용하고 이를 은폐했다고 밝혔다.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지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 육상 선수들에 대해 국제대회 출전을 무기한 금지하는 중징계안을 내놓고 14일 위원회 투표를 통해 압도적 찬성 의견을 모았다(찬성 22, 반대 1).

이처럼 대규모 도핑 사실이 적발된 것은 반도핑기구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이며, 국가 전체가 국제경기 출전 금지를 당한 것도 유래가 없다. 러시아 당국은 의혹이 불거질 당시 혐의를 부인했으나 징계안이 가결된 후 입장을 바꿔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가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 열리는 리우올림픽 육상종목 출전이 좌절된다.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나서서 적극적 도핑 및 은폐
러시아 전체 국제육상 무기한 출전정지 ‘사상 초유’
케냐, 서둘러 반도핑기구 재건… 세계 육상계 주목

사상 초유의 도핑사태를 접한 케냐는 서둘러 반도핑기구 재건에 나섰다. 그동안 케냐는 세계반도핑기구로부터 반도핑기구 설립 및 운영을 지속적으로 요청받았으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왔다.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력도 사무실도 갖춰지지 않아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케냐는 러시아 징계발표 이후 하루만에 자국 내 반도핑기구 재건을 약속하고 도핑 전문가가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는 중장거리와 마라톤 종목의 절대강자이며, 각종 세계대회에 가장 많은 선수를 출전시켜 입상권을 휩쓸고 있다. 때문에 도핑 관리에 허술한 케냐육상의 시스템은 늘 육상계의 걱정거리이며, 실제로 케냐 선수들의 도핑 적발이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열린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대회 도핑테스트에서 조이스 자카리(여자 400m)와 코키 마눈가(여자 400mH)가 양성반응을 보였다. 2011년에는 마라톤 세계기록까지 넘보던 리타 젭투가 도핑테스트에 걸려 충격을 안겨줬다. 현재 국내 귀화를 추진 중인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도 금지약물 복용으로 선수자격 정지를 받은 바 있다.

일부 육상 관계자들은 ‘그동안 허술한 관리체계 안에서 수많은 도핑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케냐 내 반도핑기구 운영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만약 케냐에서도 도핑 선수가 무더기로 적발될 경우 국제육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에 세계 육상 팬들의 관심이 케냐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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