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가이드

가을철 조선‧중앙‧동아 ‘메이저 마라톤’ 중 첫 대회인 경주국제마라톤(동아일보 주최)이 지난 10월 11일 열렸다. 남자부(국제) 우승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07:01)가 차지했고, 여자부(국내) 우승은 이숙정(2:39:21)에게 돌아갔다. 마스터스 부문에서는 김보건(2:34:36) 씨와 홍서린(2:47:50) 씨가 각각 남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는 동아일보가 에루페의 귀화를 위한 마지막 시험무대라며 줄기차게 홍보해온 대회다. 실제로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는 청양군 유니폼을 입고 우승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 엘리트 선수들의 성적표는 실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 대회 엘리트 부문이 파행에 가까웠다.

체전‧춘천‧중앙에 밀려 선수수급 실패한 듯
컨디션 점검 위해 참가하는 선수가 대부분
시군도청 이외 실업팀들의 축소도 악영향

동아일보의 종합기사에도 실리지 못한 국내 남자부 엘리트 우승 기록은 영동군청 소속 김지훈의 2시간 28분 57초였다. 경악스러운 것은 총 29명의 등록자 가운데 23명만 레이스에 나섰고, 그중 국내선수는 단 5명. 그리고 김지훈 혼자 완주했다. 동아일보는 우승만 있고 나머지 순위는 공석인 순위표를 차마 기사에 싣지 못한 것이다.
여자부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11명의 국내 등록자 가운데 6명이 출발했고 그중 4명이 완주해 1~4위를 나눠가졌다. 5~6위는 주인 없이 빈자리가 됐다.

반면 마스터스 부문은 우수한 기록이 쏟아졌다. 남자부 신흥고수 김보건 씨가 정석근, 신정식, 박창하 씨 등 막강한 단골 입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마라톤 붐 시대의 ‘원조 고수’ 김형락 씨가 54세 나이로 5위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들 남자 마스터스 입상자 기록은 모두 여자 엘리트 우승 기록보다 빨랐다.

이 대회의 엘리트 부문 파행의 원인을 선수들에게서 찾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군도청 소속 대부분의 선수들은 1주일 뒤에 열리는 전국체전 때문에 이 대회를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레이스에 나선 선수들이 대거 기권한 것도 애초 컨디션 점검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는 삼성이나 코오롱 같은 실업팀이 참가하기 적당한데, 그 팀들이 최근 몇 년간 부진에 빠져있고 선수도 많이 줄었다.

경주국제마라톤은 엘리트부문의 존속 역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한국 마라톤의 선수자원은 가을대회 4개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전국체전과 경쟁해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소 덥더라도 9월 초로 대회일을 옮기거나 지역 연고를 버리고 전국체전 마라톤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국제부문 남자]
1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케냐)   2시간07분01초
2위 조엘 켐보이 키무레르 (케냐)   2시간08분53초
3위 아옐레 압셰로 비자 (에티오피아)   2시간08분53초
4위 자민 에카이 응가우콘 (케냐)   2시간10분46초
5위 킵케오미 킵상 (케냐)   2시간12분08초
6위 데제레 데스파예 게브레히워트 (에티오피아) 2시간12분57초

[국내부문 남자]
1위 김지훈 (영동군청) 2시간28분57초
※2~6위는 해당자 없음

[국내부문 여자]
1위 이숙정 (삼성전자)   2시간39분21초
2위 박명여 (경주시청)   2시간42분39초
3위 김수진 (경주시청)   2시간43분23초
4위 이선영 (구미시청)   2시간54분10초
※5~6위는 해당자 없음

[마스터스 남자]
1위 김보건   2시간34분36초
2위 정석근   2시간35분51초
3위 박창하   2시간37분12초
4위 신정식   2시간37분54초
5위 김형락   2시간38분34초

[마스터스 여자]
1위 홍서린   2시간47분50초
2위 유금숙   3시간07분21초
3위 박천순   3시간10분43초
4위 이현희   3시간15분14초
5위 김현자   3시간26분0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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