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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춘천마라톤 중계, 좋았던 건 권은주의 해설 뿐
편집자   등록일 : 2014-10-27 오후 11:54:59

  지난 10월 27일 TV조선이 보여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의 중계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경기 흐름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관전자를 위한 중계라기보단 대회의 이모저모를 다룬 기록영상처럼 보였다. 스스로 ‘가을의 전설’이라며 하반기 대표대회를 자처하는 춘천마라톤의 위상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계였다.

 

마라톤 중계는 선두그룹의 자리싸움이나 페이스변화를 보여주면서 가능하면 뒤따르는 2위그룹을 함께 잡는 것이 기본이다. 처진 그룹으로부터 상위 그룹까지 빠르고 일정한 속도로 훑어 기록 차이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며, 주요 선수들을 단독으로 가까이 잡아주거나 그룹에서 한 선수가 튀어나올 때 측면 앵글로 속도감을 표현해주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그러나 춘천마라톤 중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토바이와 차량에 배치된 카메라는 거칠게 선두그룹을 훑기 바빴고, 서로 동선이 얽혀 선수들을 가리기 일쑤였다. 카메라는 자주 흔들렸고 줌인과 아웃이 잦아 눈에 거슬렸다. 커브 구간에서는 선두그룹이 카메라 앵글을 완전히 벗어나기도 했다. 카메라맨을 실은 오토바이들은 선수들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반환점에서 다른 카메라와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주최사인 조선일보가 종편을 개국하면서 공중파가 하던 중계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춘천마라톤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험 많은 대회지만, TV조선은 그런 경험을 쌓을 시간이 부족했다.

 

레이스 중반 이후 35분간 시의성 없는 특보 방영
편성 시간도 부족…남자 1위 골인 직후 중계 끝나

 

그런데 단지 현장 중계의 미숙함으로 그치지 않았다. 선두그룹이 슬슬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되는 하프지점 통과 무렵(1시간 10분 경과 시점) TV조선은 마라톤 중계를 중단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뉴스 특보로 내보냈다. 주요 인사의 연설이나 기자회견 없이 단지 추도식 현장을 짧게 스케치한 후 스튜디오에서 12.12사태를 둘러싼 옛 이야기들을 되새기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처럼 시의성 없는 특보는 무려 35분간이나 방영됐다.

 

특보가 끝나고 중계 화면으로 전환되자 독주체제를 갖춘 닉슨 쿠갓의 여유있는 레이스가 보였다. 중계를 보던 마라톤 팬들은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후반 승부처를 전혀 보지 못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우승자 골인 직후 중계가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여자부나 국내 남자선수 순위는 커녕 준우승자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엉망이었던 중계에서 유일한 볼거리는 해설 뿐

 

다행히 TV조선은 다른 메이저대회에 비해 ‘괜찮은’ 해설자 권은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97년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26분 12초의 한국기록 작성하는 바람에 이 대회의 프랜차이즈 스타 대접을 받는 그녀는 현장감 있고 분석적인 해설을 보여주었다. 예컨대 내리막과 오르막이 전환되는 장면에서 업힐과 다운힐 주법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하고, 어떤 선수가 어떤 기록을 노리고 참가했는지, 같은 팀의 누가 도와주러 나왔는지 세부적인 정황을 말해주기도 했다. 남녀 통틀어 엘리트 선수가 단 21명만 완주한 경기에서 권은주 위원의 막힘 없는 해설은 큰 몫을 했다.

 

홍현표 취재본부장(헬스조선) 역시 엘리트 선수들의 최근 경향과 동호인들의 문화를 섬세하게 짚어주는 멘트로 관전의 재미를 더했다. 그는 단지 동호인들의 열정을 칭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본 동호인들의 모습, 훈련방법, 기록수준 등을 세심하게 짚었다. 마땅히 중계할 장면이 아닐 때는 마라톤 기록 변천이나 현재 한국 마라톤의 상황에 대해 정리해 허전한 공간을 메우기도 했다.

 

물론 두 사람의 노력이 중계의 여러 가지 단점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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