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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마라톤 붐 15년, 동호인들에겐 지도자가 있는가?
편집자   등록일 : 2014-09-03 오후 11:58:57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해온 우리나라의 ‘풀뿌리 마라톤’은 새천년 이후 본격화된 마라톤 붐에 의해 생활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전국 각지에 동호회와 러닝코스가 생기고, 연 평균 400여개 대회가 열리며, 스포츠용품 샵에는 크던 작던 러닝용품 코너가 만들어졌다. 지난 15년간의 우여곡절을 통해 한국에서도 동호인 마라톤이 본격적으로 융성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런데 마냥 희망적인 전망만 하기엔 무리가 있다..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건 좋은데, 정작 달리기 자체를 제대로 가르쳐줄 ‘선생’과 ‘학교’는 갖춰지지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마라톤 동호인들에겐 제대로 된 지도자가 충분히 있는지를.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20~40명 규모가 대부분

 

현재 마라톤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습회는 수도권에 10여 개 이상 운영되고 있으며, 광역시도 단위로 한두 개 이상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월 회비를 받고 연중 운영되는 경우도 있고 상하반기 메이저대회를 목표로 약 3개월간씩 기록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강습회를 운영하는 지도자는 대개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했던 이른바 ‘선수출신’들이다. 선수시절 배웠던 훈련방식과 자신만의 달리기 노하우를 현장에서 직접 전수해주는 게 대부분의 강습회가 택하는 포맷이다. 따라서 운영 방식 역시 대동소이하다. 평균 20~40명 규모이고, 육상트랙에서 주 2~3회 합동훈련을 한다. 인원을 몇 개의 그룹으로 분리해 훈련스케줄을 부여하고 지도자가 돌아다니며 개인별 자세 교정이나 코칭을 해준다.

 

문제는 이런 현재의 강습회들에 동호인과 지도자 모두 아쉬움을 토로한다는 데 있다. 동호인들은 ‘강습 내용’이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라고, 지도자들은 ‘강습료’가 현실화 되기를 바란다. 이건 정말 완벽한 평행 대립이다.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솔직히 교생한테 배우는 것 같은 느낌 들기도'

 

동호인들에게서 청취한 강습회에 대한 ‘불만’사항은 주로 전문성에 관한 것이었다.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지만 선수 지도 경험은 없는 경우 과연 동호인 지도자로서 적합하냐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 커리어가 있다 하더라도 동호인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호인들은 눈높이가 높다. 해외 러닝 전문지와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 다양한 러닝 트레이닝 이론을 접한다. 반면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자신이 배웠던 것, 직접 몸으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가르친다. 때문에 동호인들의 눈에는 자칫 옛 것을 답습하고 최신 정보에 어두운 지도자로 비쳐지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같은 동호인 중에서 기록이 우수한 러너에게 배우는 쪽을 택한다. 같은 ‘일반인’ 고수의 훈련을 따라하고 그의 조언대로 부상에 대처하면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른바 고수 따라잡기를 하는 강습회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불향학생 너무 많아… 기본 룰 정돈 지켜줘야’

 

현재 활동 중인 동호인 지도자들에겐 일단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러너들의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일단 강습회에 들어온 이상 지도자가 제시하는 스케줄을 따라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도자와 상의해야 하는데 자기만의 방식을 병행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훈련 프로그램을 임의로 변형한다거나, 임의로 대회에 참가하고, 최소한의 식이조절을 하지 않는 동호인들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자에게 모두 전가한다.

 

지도자들에겐 좀처럼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장거리 육상선수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합숙훈련을 실시하여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훈련한다. 일거수 일투족을 지도자에게 허락받아야 한다. 당연히 고통이 따르지만 그걸 이겨내야만 일보 전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동호인들이 자유분방하게 훈련하는 모습을 진지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비용 문제도 지도자들의 딜레마다. 받는 회비에 버금가는 러닝용품을 듬뿍 안겨주거나 그야말로 ‘물값’만 받고 운영하지 않으면 장사꾼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돈 문제로 회원들과 아웅다웅 하다 보면 외판원이나 고용된 임시직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오죽하면 ‘온갖 종목의 생활체육 지도자 중에서 러닝 지도자가 가장 불쌍하다’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서로 한 발씩 다가가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문제


한 발씩 다가가고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동호인들은 일단 공짜 강습회를 바라지 말고 여느 피트니스 프로그램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도자에게 정당한 의견 제시를 하더라도 ‘선생’으로서의 권위는 지켜줘야 한다. 이런 기본을 지켜야 보다 많은 장거리 선수 출신자들이 동호인 지도자로 나설 것이고,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보다 양질의 강습회를 만날 수 있다.

 

지도자들 역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 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모든 분야의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육상 훈련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훈련법을 받아들여서 검증하고 평가해야 한다. 실제 훈련에 활용하지 않더라도 질문에 답할 수 있고 없고는 매우 중요하다. 동호인들에겐 기록을 당기는 것 말고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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