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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뉴스
개봉 앞둔 ‘페이스메이커’에 제대로 딴지 걸기
편집자   등록일 : 2011-12-29 오전 5:30:39

손기정 시대의 원초적인 마라톤 레이스를 보여주는 영화 ‘마이웨이’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마라톤 영화 ‘페이스메이커(주연 : 김명민 안성기 고아라)’가 개봉(1월 19일)을 앞두고 있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러너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마라톤을 소재로 삼았던 영화는 ‘러브’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 등이 있었지만 모두 마라톤이 주제를 드러내는 도구에 그치는 작품들이었다. 반면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 현장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러너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강점은 참신한 소재, 그리고 연기 본좌 김명민

엘리트 마라톤을 본적적으로 다룬다는 점과 연기 본좌로 불리는 명배우 김명민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러너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중증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살을 뺐던 김명민은 이번 영화에서도 약 3개월간 실업팀 선수들과 강훈련을 소화했다. 지도는 삼성전자육상단 오인환 감독이 맡았다. 엘리트 마라토너 특유의 체형과 주법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김명민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본격 스포츠 영화라 할 만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맨땅에 헤딩 하는 기형적 형태의 팀(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맨발의 꿈)이나 장애우의 도전 이야기(말아톤, 맨발의 기봉이)를 보여주는 식으로 우회적인 방식을 택했다. 그나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수퍼스타 감사용’ ‘챔피언’ 등이 스포츠 팬들 구미에 맞았다.

따라서 올림픽에 도전하는 2류 마라토너의 이야기를 다룬 ‘페이스메이커’는 기존 스포츠 영화화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시놉시스 대로라면 중간에 멜로로 빠지거나 밑도끝도 없는 휴먼스토리를 보여주지도 않을 것 같다. 마라톤 마니아들이 원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프로패셔널한 스포츠 영상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그런데, 혹시 무리한 설정을 선택한 건 아닐까?

종종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전문분야 이야기는, 실제 그 분야 종사자들이 봤을 때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사전 조사를 많이 했더라도 현역 선수나 마니아 수준의 동호인들에겐 허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아주 철저하게 고증을 거쳤으리라 믿고 싶지만 개봉 전 티저 영상과 시놉시스를 보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메달도 영광도 바랄 수 없는 국가대표… 오직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30km까지만 선두로 달려주는 것! 그것이 내 목표이자 임무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오로지 나를 위해 달리고 싶다.] 라는 몇 줄의 글로 줄거리를 요약해 놓았다. 또한 캐릭터 소개에 따르면 극중 주인공 주만호(김명민)는 한때 마라톤 유망주였고 30km 까지는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선수지만 평생 다른 선수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달려 온 비운의 러너다. 후배들에게 조롱을 당하면서도 언젠가 자신만의 완주에 성공할 날을 그리며 묵묵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자, 이런 설정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걸까? 30km까지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 유망주가 고참 선수가 될 때까지 완주 한 번 못 해보고 페이스메이커로만 기용된다는 설정 말이다. 영화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피치 못 할 이유를 보여준다면 모르겠으나, 설정 자체만 놓고 보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영화 자체의 진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이기에 간과할 수가 없다.

만약 페이스메이커란 포지션을 오해한 거라면?!

엘리트 선수들 세계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동원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선수들이 보다 편하게 빠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서 우승기록을 포함한 선두권 성적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대회의 격을 높이고자 하는 주최 측의 바람이므로 당연히 페이스메이커 섭외도 주최 측이 한다.

어떤 선수를 섭외할까? 풀코스 무대에선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 초청 못 받은 무명선수, 하프에서 충분히 기록을 내고 화려한 풀코스 데뷔를 준비 중인 신인, 타킷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겸해서 장거리를 뛰려는 베테랑 등이 제격이다. 물론 대회가 원하는 빠른 페이스로 훈련 및 레이스를 많이 해본 주자여야 한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지는 누군가가 검증해 줘야 하기 때문에 주최 측은 전문 에이전트에게 선수 수급을 맡긴다. 에이전트는 자신과 계약한 선수들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적합한 선수를 고른다.

즉, 메이저대회에 나오는 페이스메이커는 신인이거나 자신의 레이스 일정상 조건이 맞는 주자일 뿐 다른 초청선수들과 처한 상황이나 입장이 크게 다를 바 없다. 또한 짭짤한 수당 때문에 페이스메이커 출전을 선호하는 선수는 있지만 완전히 전문화된 선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선두를 후반까지 끌고 갈 실력이면 언제든 입상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는 올림픽과 같은 국가 대항전에서 자국 선수 중 한 명을 돕기 위해 동료 선수가 희생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라이벌 선수들과 스피드 경쟁을 벌여 리듬을 깨기도 하고 자국 선수를 일정한 속도로 끌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가 전제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하는데, 그야말로 故정봉수 감독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한두 명의 특정 라이벌을 견제해서 확실하게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감독이 어떻게 매번 그런 작전을 쓸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변수가 많은 마라톤 경기에서 한 명에게 ‘올인’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각자의 레이스를 주문해서 입상 확률을 높이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감독이 그렇게 지시하더라도 선수가 불복할 가능성도 크다.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감독을 포함한 영화 제작 관계자들이 페이스메이커라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오늘날의 페이스메이커는 보수 때문에, 혹은 지시에 의해 후반까지 약속한 페이스로 선두를 끌어주는 선수일 뿐이다. 만약 맡은 임무를 소화하고도 여유가 있다면 끝까지 완주해도 되고, 그 결과 우승을 할 수도 있다. 영화 속 설정처럼 그렇게 비극적인 역할이 아니다.

물론 픽션인 영화에 실제하는 현실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극의 구성상 현실성 희박한 설정이 꼭 필요했었을 수도 있다. 다만 러너들 입장에선 너무 반갑고 희소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보니 제발 망친 작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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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h*** 2012-01-03 답글답글
 

오...마라톤 관심있는사람들이 좋아할 영화네요.
크 전 별루흥미가 없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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