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를 기억하는가....?

재작년 그때를 기억하는가....?

3년 전 처음 그 자리에 섰던 때를 기억하는가....?

오래오래 흐르며 쌓이는 시간, 하지만 흩어지는 기억....

그 영원의 틈바퀴에 그저 달렸던 그 순간을....

나는 지금도 짙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가....?

지난 세 번의 도전이 과연 도전이었나 곰곰히 돌이켜보라....!

처음 두 번은 그저 함께 하고팠던 갈망이 강했었지....

춘마에서 첫 풀을 달리고나서 느닷없이 깊이 빠져버린 마라톤....

좀더 알고자~ 무엇은 도대체 무엇인가~ 여러 궁금증에 해답을 찾아나선다....

인생? 마라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들은 산적하네....

그래도 달리고 나면 또 하나 발견하겠지....

혹시 못 하면 어떻게 하지....

기대와 걱정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내 마라톤의 현주소, 삶의 번짓수.... 

작년 이 대회 피니쉬를 통과하자마자 나름 참 기뻤었노라....

마라톤 개인 기록갱신이 뭐니해도 가장 큰 기쁨이요....

이 땅 1등 마라톤 대회를 달리는 일원이었다는 것이 두 번째 기쁨이요....

여러모로 더불어 함께 마라토너들의 큰 잔치를 이루어냈다는 것이 또 하나의 기쁨이었지....

마라톤 완주의 끝에는 기쁨 아래 아픔도 있기 마련이거니....

고통 사라지고 서서히 회복의 상쾌함 찾아들 때면 다음 기약이 바로 싹트는 법....

내년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할까....?

마음이야 완주 후의 피로가 가시는 시점에서 이내 비롯되는 것이 마라토너의 습성일까나....

어쨌거나 다음은 반드시 또 있을 것이고, 아니 있어야 하고....

나는 그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작년의 더웁던 한 때를 보내이었구나....

그리고 또 다시 해가 바뀌며 추운 겨울을 용케도 달려왔구나....

마스터즈 마라토너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소속이 있누나....

지난해 동마 이후 올해 동마 사이 가입한 클럽과 스쿨이 하나씩 늘었네....

지역 마라톤클럽에도 달려갔고....

마라톤스쿨에도 열심히 다녔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내가 나이 마흔에 건강대학에 진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학과는 마라톤....!

어느덧 건강대학 마라톤학과 4학년....

돌이켜보면 한 해에 여섯 번씩 풀코스를 달려왔구나....

가을 마라토너로 시작했으니 서구의 학제를 따른 셈이련가....^^

어느새 4년차 6번째, 즉 스무네 번째 마라톤 도전의 자리로 나아가는 아침....!

2016년 동마의 날 아침, 자명종 소리에 잠이 깨며....

번뜩 내 자신을 더듬다가 공허 속에 떠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너는 누구이며, 그간 무엇하며 지금껏 왔으며, 오늘은 또 뭐를 할려니....?

들려오는 질문에 답은 없네~ 그저 아랑곳없이 움직일 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조금의 밥을 먹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샤워를 한다....

나가기 전에 챙겨야 할 것은 또 무엇일까....?

전날밤 모든 것을 갖춰놓기는 했을 터....

준비해둔 테이핑을 발바닥 종아리 무릎 허벅지에 감싸며 자꾸 어디론가 돌이켜본다....

오늘 나는 정석근마라톤사관학교의 훈련생이려니....

물론 지난해 중마도 함께 준비하며 맞았지만....

또 하나의 추억을 낙엽처럼 줍기 바빴던 가을은 흘려보낸지 오래....

그래도 그 사이 노란 유니폼을 입고 점점이 새긴 시간들이 내 몸에 묻어있다....

겨울을 나고 봄이 시작되는 이 무렵....

결국 담아야 할 것은 새로운 기록이다....!

훈련을 착실히 수행했나....?

끝훈련인 테이퍼링과 식이요법은 착실히 마무리했나....?

대회 전날 먹었던 많은 것들이 뇌리에 스쳐간다....

핏속이 아니라 뱃속에 남아 아직도 뒹굴대는 듯....

불필요한 것들 모두 비워버리고 집을 나서야 편한데....

버스정류장에서 지역 마라톤 클럽 회원분과 마주친다....

짧은 대화 후 서로를 응원하며 다른 버스에 올라탄다....

집을 나서자마자 묘한 상황이지만....

우리의 행선지가 다르지는 않으리라....

결국 같은 길을 달려갈 것이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니 이내 한강을 건넌다....

맑은 날이나 싸늘하지 않은 3월의 아침....

마라토너의 기준으로 더웁겠지....

겨우내 푸르던 남산을 마주보다가 빌딩숲으로 이끌려간다....

아무렴 도심에 우뚝한 것은 뭐든 잿빛으로 솟구친다....

서울역을 지날 때 점점이 움직이는 발걸음....

분명 저런 복장은 마라토너인 게지....

어디서 도착하셨는지, 저기부터 광화문까지 걸어서 향하시나?....

광화문에서 달려갈 그 끝까지 함께 갈 분들이다....

시청역에 내려 환승해 고작 한 정거장 더 가서 서울신문사 앞에 내린다....

그저 기웃기웃 하다가 발걸음이 빨라진다....

내 행선지는 광화문역 8번 출구....!

광화문역과 경복궁역의 차이가 도대체 뭘까?....

갑자기 희한한 의문이 맴돈다....

그 생각에 골몰하자니 발걸음이 옮겨놓은 시선은 세종문화회관 뒷켠....

드디어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시선과 생각이 촛점 한 곳으로 모인다....

지난 겨울 이 순간을 위해 같이 땀흘렸는데....

모든 훈련의 피로는 말끔히 지워낸 듯, 아직 다들 말짱하다....

이제 땀이 뒤엎을 긴장감으로 범벅 되기 직전의 모습....

긴장을 동반한 쾌활이랄까? 설마 마냥 신날라구....

함께 대회복장을 준비하면서 시계를 자꾸 본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흐를 시간은 아직 시작도 안 되었는데....

멀리서인지 바로 귀 옆에서인지....

물품운송차량 앞으로 이끄는 소리는 무척 거추장스럽다....

화장실에 한 번 더 가고픈데....

생각과 달리 몸은 그저 내려박히는 소리대로 흘러간다....

거센 물결을 거슬러올라가는 한마리 연어인 듯 인파를 헤치고....

택배차량의 문이 닫히기 직전....

가방을 던져넣고 돌아서 떠내려간다....

느릿한 발걸음, 마치 산란한 한 마리 연어의 최후가 떠올라....

화들짝 놀라 달려간다....

광화문으로 향해 발걸음을 힘껏 내딛는다....

거기서 오래 이어질 또 다른 만남이 비롯되리라....

마라톤은 화려한 피니쉬를 향한 갈망이다....

인생의 허망한 피니쉬를 거부하는 몸부림이다....

어떤 만남이든 기꺼이 달려맞지는 못해도 어차피 마주보고 와야 할 터인데....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질주를 꿈꾸는 방향과 다른 다가섬이 멋쩍다....

그러니 다들 마음이 바쁘다....

뭔가 오랜 뒤척임의 끝에서야 밝게 다가설 듯....

표정과 시선이 우왕좌왕 마주침이 어색하다....

몸 속의 뒤척임과 꿈틀거림이 급하다....

나는 망설이다 그냥 화장실로 달려가노라....

시원한 발걸음으로 돌아오면 더욱 반가울 듯했건만....

그건 나만의 나른함이었나 보다....

여전히 저 큰 스피커가 내뿜는 소리들....

오직 긴장! 긴장! 오로지 긴장하라는 독촉처럼 왜 자꾸 들리나....?

차를 막고 사람만이 빽빽한 이 공간에서....

모여 있어도 뿔뿔이 흩어져버린 것만 같은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람....

그래도 사진 몇 장 같이 찍고....

한동안 외톨이가 되는 시간을 맞으러 이제 가는 것인가....?

세종문화회관 안으로 괜스레 파고든다....

아랫배의 요기가 아직 잦아들지 못하나....

이 공간에 이런 차림으로 들어서다니....

CCTV가 어디 있나 켜졌나 꺼졌나....

이리저리 왔다갔다 긴 줄에 늘어섰다....

밖으로 나와 풀밭이라도 찾아본다....

그냥그냥 하다가 섣불리 던지는 가벼운 인사들....

서먹함에 막혀서 볼 일도 보지 못한다....

높이 올라선 치어리더들이 연신 춤을 춘다....

마라톤의 목소리, 그대의 음성은 여전하군....

하지만 이날의 달림이 시작되면 달라질까....ㅎ

나의 숨소리은 작아진다, 마저 잦아든다....

나는야 드디어 A그룹에 섞여 달려간다지만....

출발선 어디에 서든 내 심정은 후미 그룹일 때처럼 늘 초조하오....

시계 타이머 버튼을 똑바로 눌러야지....

그 생각만 골몰하다가 흘러나아간다....

광화문을 등지고 나아가 남대문에서 좌회전하기까지 나는 몇 걸음을 옮겼을까....

시간이 나를 옮겼나? 발걸음이 나를 옮겼나?....

가늠하기 어려운 시작....

앞으로 나아가지만 종잡을 수 없는 이 오락가락을 서둘러 꽉 잡아보자....!

나의 미션....?

322~324 그 틈새라지....

감독님 지시 사항....!

오랜 훈련 기간 나를 지켜보신 결론....

거기에 맞추려면 4:50으로 시작해 4:45로 밀어야 해....

밀어야 해? 밀어야 해!....

일정한 동작의 춤을 춘다, 미니멀리즘 댄스....

계속 동일한 리듬과 율동의 반복....

그러다 한참 그러다 파격은 어느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리라....

앞 서거니? 뒷 서거니? 모른다....

그저 흐르는 사이에 놓였다....

내 동작은 일정하나 시계가 더디다 빠르다 마음대로 춤을 춘다....

요란하게 둘러대니....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빠른 순간~ 느린 포착의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새로 장만한 GPS시계는 따로 놀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는가....?

아니면 초반 오버페이스로 이끄실 작정이신가....?

빠르게 거기 맞추다보니 거리 표지판과 다른 결과....

작년에도 맛본 괴리들....

먼길 초입의 혼돈을 정리하면서....

거리 표지판에 맞춰 머리속 셈이 급하다....

초반 5Km는 보폭은 짧게, 보속은 빠르게....!

뭐냐 두 개의 천칭 끝에 맞지 않는 시간의 추를 연신 올리는 이 저울질은....

도저히 균형을 맞추기 힘든 시소놀일세....

숭례문을 잠시 인사하고 왼쪽으로 돌아선다....

한동안 내리막....?

이걸 그렇게 부르기도 뭐하지만....

오버페이스가 아니라 그냥 내리막 질주리라....

이번에는 그렇게 믿고 내뺀다....

뭔가 잘 안 된다....

다시 우회전할 때까지 마구 움직인다....

동작은 일정하게 리듬은 빠르게....!

그래 달렸다...

저 멀리 얼마나 늘어섰나....?

첫 반환 주자는 언제 만나나....?

그러다 식은땀에 허걱인다....

날씨가 더운가....?

그럴 것으로 예상했던 최고기온....

언제쯤 언제쯤 할까 하며 깊이깊이 나아간다....

왜 세탁소 투명 비닐옷에 명품 브랜드를 즐비즐비 새겨넣었나....?

모든 걸 아깝지않게 버리는 쾌감을 맛보라고....?

작년 첫 반환 지점에서 비닐옷을 찢어버린다....

강북 주로의 거리가 600m 늘었다....

돔구장같은 DDP가 동대문플라자 패션 뭐라나....

겨울철 돔구장같은 데서 마라톤 훈련 한 번 못한 내 달리기가 기막히다....

이번에는 한 번 째려보고 반환한다....

초반부터 힘들다....

흥분해서인지 뭔지 몰라도 그냥 급한데....

반환하기에 심히 짜증스러웁게 몸이 결리는 부자연스러운 공간이다....

첫 기록패드를 밟으러 나아간다....

GPS시계는 벌써 5Km를 알렸다....

작년과 비슷하다....

차이는 15초 정도....?

초반 오버페이스인 듯도 하나 차츰 몸이 괜찮아진다....

급수대에 종이컵을 낚아채 달리면서 목만 축인다....

멈추지 않으면 보기도 힘들겠지만 역시 마시기도 버겁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리고 있으니까 달려갈까....?

달린다....

그것 밖에 할 말이 없는 시간은 시작되노라....

물러서지 못하는 들어섬이 다가오리라....

높이 솟은 빌딩들로 시선이 가지 않는다....

호흡과 피치, 둘을 거듭거듭 신중하게 느끼며 을지로를 벗어날 때까지 7Km....

마라톤 한 판, 여섯 등분의 한 조각....

하지만 오늘은 큼지막한 여덟 조각에 덤으로 무엇을 살펴야겠지....

숨이 많이 트인다....

청계천에 접어들어 스폰지 한 조각으로 이마를 닦는다....

그래도 시간도, 주로의 형편도 아직 살필 길이 없다....

그저 달린다....

달리다보니 10km 기록측정 패드를 밟는다....

두번째 5Km가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있었나....?

청계천 따라 흐르고 있구나, 그냥 이대로 흐르길....

그제야 찾아든 여유들을 하나하나씩 움켜쥐고 살핀다....

인공으로 흐르게 된 강과 함께 흘러간다....

내가 물보다 훨씬 빠르리라....

하지만 내가 달리듯 너도 달리는지 알 바 없다....

언제나 시간이 더 빨리 달린다....

급수대의 물은 얼마나 삼켰는지도 모르겠다....

입가를 스쳐 지나버렸다고 할 정도....

두 번째 반환을 하며 청계천 내리달리기의 절반을 마무리한다....

을지로 첫 반환지점이 후퇴했는데....

그 정도야 초반에는 사무치는 무엇도 아니었지....

이번에는 익숙한 돌아섬이다....

그러나 낯선 페이스다....

뭔가 서서히 깨어난다....

그제서야 노란풍선 하나 멀리 보인다....

노란 하늘이 아니라 뚜렷한 노란 점 하나로 만나니 반갑다....

너를 따라가리라....

하늘이 노래지기 전까지 쫓으리라....!

따라가자 따라가자 계속 따라가자....!

그 다짐 밖에 머리에 담기는 게 없다....

아니 다른 것들은 모조리 비워내야 하리라....

또 다른 노랑이 보인다....

정마사 유니폼....

젊디젊게 쾌활한 움직임....

바로 뒤에서 달리다....

나의 페이스는 나를 잊으려나 보다....

앞지른다....

한 분인 줄 알았는데 세 분이다....

생각이 더듬어 잡히지 않는다....

그저 달린다....

콕 짚은 응원소리에 힐끗....

손 한 번 들어주고 내뺀다....

그저 밀고 간다....

바람일까 내 몸일까....

무엇이든 밀기 시작한다....

또 다시 기록 패드를 밟는다....

밟아야....

그러고 멀리 나아가야....

급수대다....

질끈 밟고 힙쌕을 뒤적인다....

파워젤 하나....

식염포도당 하나....

뭐부터....?

잡히는 순서대로....!

먹고 마시고 어느덧 지났다....

또 달린다....

무엇보다 달리는 것이 숙명인 날이다....

이제부터 몸은 꾸역꾸역 피로를 짊어지고 달려야 하리라....

을지로를 왕복하고 청계천을 왕복하고 종로로 간다....

청계천의 물소리는 발소리에 묻혔지만....

종각 앞의 북소리는 발소리를 흠칫하게 만든다....

스피닝....

바퀴는 구르나 길을 뒤채지 못하고....

답답한 제자리걸음에 몸만 뒤척이는가....

드디어 시선마저 탁 트인다....

종잡을 수 없어 두렵던 것들 하나하나씩 사라졌다....

넓은 길 건너편에서는 차들이 마주보고 달려온다....

그 속에서 내다보리라....

놀람 혹은 한심....

달리는구나 혹은 왜 달리는가....?

답은 언제나 모른다, 직접 달려보고 찾으셔야....

내 앞 신호등은 모두 빨강이다....

멈춤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달릴 수 있는 자는 달리라는 지시....

추월하는 기분을 맛보려는지 자꾸 몸이 왼쪽으로 흐른다....

종로에서의 질주는 내 들뜬 기분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다....

참 좋다....

동대문 멀리 솟아오른 태양도 반갑다....

동대문을 벗어나면 늘 이방인이 된다....

한동안 그럴 듯한 랜드마크가 없어서일까....

평소 잘 다녀보지 못한 서울길인데....

차가 아니라 발로 달려 지나려니....

네 번째 지나도 고작 1년에 한 번씩이니....

어디를 지나 달렸는지 매번 아리송하다....

그래도 20Km 기록 패드를 밟고....

얼마 달리지 않아 하프 기록 패드를 또 밟고....

꾹꾹 두 번이나 눌러서 발도장을 토닥토닥 찍으며 달려간다....

첫 하프를 완수하고 연이어 하프에 나선다....

물품보관차량이 먼저 달려가는 날이다....

시작과 끝이 다른 날이다....

하프를 지나도 더 이상 반환은 없는 주로다....

만약 여기서 반환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다시 광화문으로 되돌아 간다면....?

많이 오르내렸겠지만 어떤 흔적도 묻어나지 않으니....

그 흔적 무엇인지 몰라 다시 찾아 진하게 무칠 것인가....?

하프 기록 패드를 밟은 시간은 1:38:30 정도....

예상대로 1:39 안에 돌파했으니....

걱정 하나 말끔히 지우고 나아간다....

어딘지 모르나 한참 달린다....

발도장은 여러 번 찍었으나 눈도장이 찍히지 않는 공간들....

눌러 담기지 않은 공간들, 마구 눌러 담기는 시간들....

그러다가 오르지도 않았는데 내려가기 바쁘다....

엘리트는 팽팽하게 위로 통과하는 공간, 마스터즈는 처진 아래로 통과하는 길....

신답지하차도....

그 속에서 고함소리 빼액~ 울려놓고 다시 오른다....

이날의 첫 파격이다....

오른다, 오른다, 오른다....

심장박동수도, 호흡수도, 발동작의 숫자도 오른다....

하지만 뒤채이는 리듬감에 온몸이 저릿하다....

첫 위기감이 온몸을 두드린다....

어깨를 돌리고 양손을 털고 호흡을 더욱 거칠게 내뿜으며....

피치를 올리고자 한다....

여기서 벌써 한 풀 꺾여버리면 낭패다....

나는 추월해야 해~ 왼쪽으로 왼쪽으로....!

거친 순간 끝에서 다행히 지지 않았다....

그래도 큰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리....

25Km지점 기록 패드를 밟고 나서....

다시 한판 붙어야 한다....

짧은 군자교는 잠실대교 결투를 위한 전초전이다....

오르다가 내려가는 게 훨씬 나으리....

내려갔다가 오르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신답지하차도 지나서 연거푸 군자교지만....

오히려 뒤에 놓인 군자교 지나기가 훨씬 부담이 적다....

다만 이 익숙해지지 않는 공간을 빨리 벗어나고플 뿐이다....

빨리 우회전해서 어린이대공원을 향하고프다....

맑은 하늘과 마주한 얼굴을 이제는 돌리고 싶다....

밀던 바람이 돌이켜 떠밀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직선은 단조롭다....

그러니 버겁다....

곧바로 바라보기조차 두렵다....

소실점으로 빨려가 그 끝에서 소실될까 괴롭다....

높디높은 곳에서 보면 그저 직선이겠거니....

밟아가면 꼬불꼬불 그렇지 않은 점들의 연속, 울퉁불퉁 허다한 바닥....

직선이라 함은 아주 높은 시선....

높낮이라 함은 아주 낮은 시선....

바닥을 훑고 달리는 마라토너에게는 낮은 시선에 낮은 마음이 어울릴 게다....

두 번 크게 출렁인 직선, 그것도 살짝이라 할까나....

여튼 출렁이다 다시 우회전을 한다....

방향도 바뀌고 각도도 뒤틀린다....

다시 방향을 틀 때 그 벌어놓은 각도도 까먹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다만 그 사이에 출렁이고 뒤틀대다가....

작년처럼 스쳐지나는 풍선 무리에 낙담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초반보다 힘겨운 후반은 아직 아니련만....

지금 나는 30Km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내가 버티는 중력 공간 위 시간의 흐름이란....

상하좌우가 없이 평온하다가....

이내 내 몸을 잡아넣고....

서로 밀고 당기며 뒤틀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고 야속하게 다가설 뿐이다....

마라톤의 블랙홀, 바로 그 입구다....

거칠게 내뿜는 호흡으로, 마구 휘젓는 팔다리로 만드는 파장일까....

지금 이 순간, 마음의 파장이란 그럼 뭘까....

30Km 기록측정패드를 밟고 달리다....

몸이 살짝 다시 오른다....

썩 내키지 않은 시간이 쌓이는 듯하다....

왼쪽으로 몸을 튼다....

짧은 오르막도 힘겹게 느껴지는 시간....

다시 내리막이라 마음 편하지만 몸을 편하게 할 수는 없다....

급수대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다시금 힙쌕을 연다....

파워젤 하나, 식염포도당 하나....

오로지 그것만 급한 시간이다....

일부러 편치 못하게 만든 몸에 억지로 먹이는 온당치 못한 양식....

주로에 설치된 간식에는 손대지 않는다....

이제 30Km를 너머서 나아가는 시간....

본 게임이 시작된다....

서울숲을 오른켠에 두고 직진하다가 다시 좌회전....

제법 길고긴 단순한 직선주로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갈등으로 갈팡질팡할까....

1년에 단 한 번 몸을 들이 밀기 전....

수백 번의 두려움이 마음 속에 드나드는 그 길....

32.2Km를 넘기는 순간 계산이 복잡하다....

전진하고 있을 뿐인데 가로막는 것들도 없는데....

나는 항상 번뇌한다....

사방에서 덮치는 시간 때문에 마음이 갇힌다....

우리마라톤 자봉단을 만난다....

정성스레 준비한 음료를 낚아채고 달린다....

사진기 앞에 포즈를 잡을 겨를도 없다....

쭈욱 짜서 삼키고 쪽쪽 빨아 넘기고....

이 음료로 힘입어 조금 더 버텨야 하는데....

아아~ 이제 나는 어떻게 가는 걸까....?

단 게 마구 당긴다....

콜라~ 콜라~ 연신 외치며....

늘어선 어느 자봉단들의 부스를 애절하게 바라본다....

쭈욱 내미는 손길 하나 있어 또 낚아챈다....

발걸음을 멈추려니 시간이 아쉬워지고....

바로 입으로 넣으려니 손과 입이 따로 논다....

거의 입을 빗나간 콜라가 어깨로 쏟아진다....

그래도 그토록 원하던 알싸한 단맛이 살짝 느껴지니 살 것 같다....

한 명 한 명 질러서 나아가는데....

몇몇을 앞서가는 듯한데....

아무래도 페이스가 점점 꺼지는 것이 연신 느껴진다....

3:20페메를 한동안 의식조차 못하고 고개 숙인 행진....

문뜩 풍선을 단 한 분을 앞지른다....

페메 님도 힘드신 순간이다....

엘리트 전문 페메도 30Km까지만 달려주고, 이후는 선수 몫....

지금까지 수고해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인사도 없이 나는 나아가야 한다....

35Km 기록측정패드를 밟는다....

삑삑삑삑삑삑 작은 신호들, 그중에 내가 만든 소리는 두 개....?

패기는 사라진 흐느낌....

마지막 지점까지 이제 기록측정 한 번 남았나....

일정하게 놓여있을텐데 이미 같은 시간으로 잇기에는 많이 처진다....

힙쌕을 열어 손에 잡히는 마지막 네 번째 파워젤을 꺼내먹는다....

가장 두려운 순간, 우회전을 한다....

지난 세 번의 도전에서 그 어떤 지점보다 고통스러웠던 잠실대교 올라가기....

강북 주로가 늘어나서 더 달린 후에 오른다....

사위가 뚜렷하지 않고 위아래만 느낀다....

고개를 그저 푸욱 숙이고 팔다리를 연신 움직일 뿐....

보폭도 짧아지고 생각의 폭도 힘없이 짧아진다....

양옆으로 시끄러워지는 듯하지만 보기도 싫다....

잠실대교에 올랐다....

바닥만 평탄하고 모든게 출렁이는 길을 나아간다....

오른켠으로 10Km코스 참가자들이 늘어선다....

그들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바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힐끗힐끗 거리표지판을 찾는다....

휙휙 시계를 자꾸 살핀다....

거리측정 따위는 필요없다....

누가 뭐래도 한강 하류에 가장 긴 다리는 잠실대교다....

마라토너라면 그렇게 우겨도 된다....

아직 세 시간이 되지 않았다....

작년 세 시간 안에 잠실대교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던 기억이 스친다....

신발을 벗고 걷는 익숙한 걸음이 보인다....

그냥 스쳐지나간다....

내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는 소리가 등뒤로 다가온다....

우리마라톤 공룡이다....!

무서운 건 내 속의 나다....

그저 귀여운 둘리 자봉단이다....

다가간다....

특별한 음료를 받아내러 급히 오른쪽으로 간다....

또 한 손으로는 콜라를 낚아채서 급히 들이킨다....

내 힙쌕은 이제 텅텅 비었으니 뺏아서라도 먹어야 한다....

그 기운으로 내리막에서 피치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보폭은 짧아만진다.... 

멀리 사람들이 달린다....

내리막에서 저 끝까지 훤히도 보인다....

다시 달려가야 할 길이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데....

아득하다....

도대체....

뭔가 이제는 드디서 내려놓는다....

안 될 것 같다....

뭐가 될 것 같았던가....?

평지에 다시 내려닿는다....

고개를 들지 못한다....

가장 높은 빌딩 앞에서 나는 가장 낮아진다....

이제는 뭐로 버티지....

쿠당....

여성 참가자 한 분이 급수대 앞에서 넘어진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내 의식을 또렷이 보아야 한다....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다시 우회전하기까지 별의별 계획과 상상이 스친다....

종잡을 수 없는 무엇들로 인해 분주해진다....

느릿한 주위의 걸음들과 보조를 맞추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내 걸음에 짜증이 밀려온다....

무엇을 위한? 이런 의문도 이 순간은 사치다....

답답함에 장갑을 벗어 내동댕이친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갑갑하다....

팔토시까지 벗어 던진다....

40Km 기록측정패드를 밟으면서 몹시 우울해진다....

달리기 시작한지 3시간 10분이 지났다....

마라톤의 사족같은 2.195Km가 덧붙지 않았더라도 싱글도 못했네....

될 듯 싶었던 게 아닌 게 확정된 것 같은 기분....

바뀐 마지막 주로 때문에 더욱 당혹스럽다....

마음을 푸근하게 가지련들 될까....

그래도 감독님 제시하신 기준에 넉넉하게 피니쉬 하지 않겠는가....!

최종 급수대를 앞에 두고 힙쌕을 뒤적인다....

남은 것이라고는 식염포도당....

하나를 까는데....

톡 떨어져 데굴데굴....

저걸 집어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짧은 갈등이 스치지만....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아 그냥 간다....

잡으려다 더 큰 것을 놓칠지 몰라....

아마 내 몸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일이지....

또 1Km를 달렸다고 마흔한 번째 알리는 시계의 울림...

그 측정치를 보고 마음이 많이 상한다....

여기까지 와서 드디어 5분대 페이스를 찍는구나....

나는 다가서는데 너는 자꾸만 물러서는구나....

크게 우회전하면서 이제 잠실종합운동장 왼켠에 두고 달린다....

바짝 왼쪽으로 다가가며 달린다....

하프도 아닌데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피니쉬가 될까나....

시간은 겹겹이 쌓이지만 피로는 툴툴 털어버려지는 시간일까나....

다행히 느낌이 아니라 실제도 그러하다....

쑥쑥 나는 잠실주경기장으로 빨려들어간다....

매주 지나가던 그 길이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며 시간과 마지막 승부....!

될 것 같아~ 급히 달린다....

모든 시간 싸움 가운데 가장 피말리는 1초 기싸움을 왜 마라톤에서 하나....

3:21은 아니어야지, 3:20이 될 것 같아....!

간다~ 달려간다~ 1초를 잘러먹으러 마지막 달려간다~

피니쉬 포즈가 엉성했을 꺼야....

묘한 숫자로 타이머는 멎었다....

시간 넉넉하게 먹은 타이머를 이제 시계로 돌려놓는다....

피로가 누적된 시간의 30배나 필요하다고....?

충분한 회복 시간으로 씻어야 하는 시점이 개시된다....

GPS로 새겨지지 않는 발걸음이 시작된다....

유턴해서 주경기장 북직문으로 옮겨간다....

들어서기 전에 포카리스웨트 큰 잔을 원샷....

보조경기장입구로 향하면서 다시 생수병 한 병 원샷....

훈련을 위해 늘 신발끈을 조으던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발걸음은 달리기를 멈췄고....

호흡도 서서히 달리기를 멈춰가고....

심장도 이제는 그 놀란 심박을 절반 이하로 돌릴 수 있으리라....

그저 편하게 기다리며 맞으면 될 시간들이다....

북직문으로 나서며 땅을 누르는 발걸음이 부드럽다고 하기에는 무겁다....

한참을 바라보니 얼굴 마주 바라볼 분들이 한분씩 도착한다....

지친 표정들은 반가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아직 이르다....

오버페이스, 물집, 경련....

초반, 중반, 후반 페이스 관리 실패의 원흉들....

모두 잘 피해서 도착한 곳에서 신발끈을 느슨하게 다시 맨다....

그때 사정없이 종아리가 뒤틀려 드러눕는다....

두 다리는 하늘을 향해 발사래를 친다....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겠노라....

오늘은 더 이상 안 달려도 되니까....

애교스런 발버둥이다....

훈련 후 몸을 씻던 화장실....

날이 날이니만큼 줄이 길다....

내 차례가 되어 얼굴만 대충 씻고 나온다....

내 몸에 날개가 돋나....?

겨드랑이가 따가웁다....

빨갛게 까진 피부가 보인다....

바셀린을 안 바르고 출발했구나....

1만 번을 넘게 거칠게 비벼댔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다....

아픔에 양팔을 벌리고 걸으려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 보일까....

잠실보조경기장....

천 번을 돌아야 새로운 기록을 받아든다....!

지난해 중마, 이번 동마....

한 번을 흐뭇하게 걷기 위해서....

노란 유니폼을 입고 천 번을 넘게 돌고 돌았다....

갑자기 펀치로 배번호를 꾹 누른다....

배번호에 다섯 번째 구멍이 생겼다....

그러고 간식을 받아든다....

기록을 물어오는 여러 동호인들....

같이 트랙 일천배를 간절히 드렸던 분들....

기쁨 머금은 칭찬은 흐뭇하다....

먼저 도착해 맞이해주시는 분들이 부럽다....

신발끈을 맡긴다....

자봉하는 여학생이 정성스레 끈을 풀었다 기록칩을 빼내고 다시 묶는다....

땀내 발내 진동할 남의 신발을 향해 내어민 움직임은 뭉클한 아름다움이다....

고맙다, 감사하다, 고생많다....

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런 말뿐 인 게 송구하다....

도대체 이날 몇 개의 신발에다 저런 봉사를 할까....

발을 씻기우는 것 못지 않은 헌신이다....

놓칠세라 움켜진 기록칩을 반환한다....

풀코스 완주메달은 바로 목에 걸어야 한다....

살짝 눈을 의심하며 썬글라스를 올려 다시 확인한다....

메달띠 색깔이 메달 위로도 스며들었구나....

짜릿한 기운에 흠칫....

목에 걸고 말똥말똥 내려다보며 세세히 더듬어본다....

물품보관소에서 가방을 찾아 패딩만 입는다....

날씨가 아주 쾌청하고 기온도 높다....

다시 보조경기장으로 돌아가 여러 이벤트 부스에 줄을 서고 싶으나....

카메라가 가방 안에 없다....

출발 전 우리마라톤 자봉단에 DSLR을 맡겼다....

주로 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물품보관소 인근을 오가다 연락이 닿아 남직문으로 향한다....

아직도 주로는 물결치고 있다....

멀리서부터 주경기장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져 들어온다....

이 시간 맨끝의 모습은 어디쯤 계실까....

들어오시는 분들을 바라보며 재작년의 나를 떠올려본다....

주로 어느 지점에 계신 누구에게나 외치는 한결같은 응원, 파이팅....!!!

우연한 만남, 약속된 만남, 다양한 만남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시간....

이래저래 지체되다보니 자꾸만 스마트폰을 계속 살핀다....

내 시계가 43개로 잘게잘게 잘라낸 시간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42.195Km에 밟았던 36,783개의 발걸음들....

그 평균 보폭은 1.16m였단다....

분당 평균 166번을 뛰었던 심장은 33,366번 가량 쿵쾅거렸겠지....

미풍이 얼굴에 스친다....

완주시간 12,056초 동안 일으킨 바람....

​내가 이날 불러일으킨 바람, 그 세기는 초속 3.5m/s....

장차 큰 파장을 몰고올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었나....

오랜 활주에도 결국 날아오르지 못하는 처량한 한 마리 새의 몸부림이었나....

내 시계로 담아낸 무수한 정보들도 넘치고....

대회 주최측에서 보내온 공식 측정치들도 가득하다....

11개의 기록측정판을 밟아 만든 시간....

아주 가끔 삑삑 울렸던 소리는 마라톤 질주의 간주곡....

마지막으로 받아든 숫자들은 최종평가의 전주곡이다....

11개의 기록측정판들은 자연스레 11개의 시간들을 찍어냈고....

10개의 누적시간을 쌓았으며....

9개의 구간기록을 보여준다....

시간별로 쌓인 시간을 나누어 놓으면....

항상 끝부분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싶고, 철컹철컹 잘라내고 싶은....

성가신 숫자들이다....

카메라를 다시 건네받고 분주히 움직인다....

우연히 마주쳐도 반가운 얼굴들이 적지 않지만....

기다리는 곳으로 재빨리 옮겨가야 한다....

이벤트 풍부한 보조경기장까지 달려가지 못하고....

주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가 인증샷 몇 컷을 남긴다....

버렸지만 잃어버린 것 같은 장갑과 팔토시가 없으니 허전하다....

호흡도 심박도 이제는 안정된 듯, 렌즈 속으로 함박미소가 빨려들었나....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가 어딘지 헤매인다....

아침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서초마라톤클럽 회원님을 의외의 장소에서 다시 만난다....

어정쩡한 걸음걸이, 첫 풀은 원래 그렇겠거니....

하지만 중반부터 물집이 갈 길 바쁜 발목을 낚아채셨다누나....

첫 풀 도전하시는데 챙겨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스럽다....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귀기울이니 야구장에서 외쳐온다....

한낮에 시범경기가 열리나 보다....

봄의 시작은 마라토너들이 먼저 알렸는데....

이내 프로야구 열기에 묻혀버릴까....

예상치 못한 곳에 모여 계신다....

탄천변 주차장에 버스들로 가득하다....

그 큼지막한 버스들 사이 비집은 공간....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는 곳....

정석근 감독님과 나란히 앉아 나누는 대화....

세상 좋아 이미 파악하고 계신 주로의 내 성적표....

감독님의 예상치를 과감히 3분 더 잘라내고 뒤늦게 나타났으니....

내 기분 역시 감독님 귀에 입 걸린 큰 웃음에서 고스란히 읽혀진다....

가평마라톤클럽에서 준비한 육개장에 밥 한 공기 말아 뚝딱 비우고....

원기 가득 채우고 나니....

나누는 막걸리 잔에 즐거움도 힘껏 솟는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여러 소속에 다양한 분들과 함께 어우러지다보니....

한국 마라톤의 大명절인 이날만은 특별하다....

해뜨는 시간에 나와 해지는 것을 보며 귀가함이 마땅하다....

폭풍주에도 쓰러지지 않고 주로를 누비던 몸인데....

연이은 폭탄주에 무너지지 않도록 경계함이 꼭 필요하다....

다양한 곳을 누비고 돌아다닌 날....

풀코스를 달리고도 4.2195Km는 족히 걸은 날....

여느 때처럼 완주 얼마 후에도 곳곳을 걸으며 잘 다니니....

내 다리도 이제 여엿한 마라토너의 다리라 불림이 타당하다....

집으로 돌아올 때 들고 온 것은 무엇인가....?

나설 때보다 무거워진 것은 먹거리로 가득 채운 몸 뿐인가....?

파워젤과 식염포도당과 연양갱들을 길 위에서 먹어치우고....

가방 속에는 간식봉투, 기록칩 건네주고 받은 완주메달....

그리고 수분은 벌써 날라가고 땀가루만 하얗게 내려앉은 옷가지들....

빨래통에 넣기 전에 노란 유니폼을 코에 대고 그 냄새를 쑤욱 빨아들인다....

아아~ 이 요리꾸리 시큼찜찜한 감격이여, 깊이깊이 기억에 배어라....

맛깔난 음식, 자극적인 향수, 그 어느 내음보다 소중한 나의 체취어라....

모니터를 켜고 후기를 쓰기 전에 살필 숫자들이 많다....

Garmin Connect에 접속하는 순간....

반짝반짝 트로피를 내민다....

풀코스를 달리고 왔는데 하프코스 신기록이랜다....

이달 초에 썼던 하프 최고기록과 거의 동일한 가민 측정기록이다....

풀코스 거리 중에 어느 조각을 잘라내어 만든 숫자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랬겠지 수락하니 또 다시 트로피를 건넨다....

오른편에 풀코스 기록갱신 트로피, 왼편에 하프코스 기록갱신 트로피....!

작게 오려 편집해 거울샷 내 두 모습 한 손에 각각 올려드릴까....

깊은 탐구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깜짝 파티는 나홀로 즐긴다....

언제나 대회장에 다녀오면 치르는 의식....

배번호를 반듯이 펴서 사진을 담고....

완주메달을 보관함에 소중히 올려놓는다....

이날의 완주메달은 잘 보이는 곳에 한동안 걸어두리라....

첫 풀 달리고 받은 메달을 일주일 내내 목에 걸고 다녔던 추억처럼 눈 앞에 아른거려라....

얼떨결의 첫경험도 지워지지 않지만....

차근차근 더불어 준비하며 새긴 이 경험도 영원히 어찌하지 못하리....

내게 언제나 너무 멋진 감독님의 지도를 겨우내 받았다....

겨울밤이 한 순간 한 순간 더없이 뜨거울 수 있음을 함께 느끼며 달린 분들이 계신다....

그 끝에 좋은 성과가 따라올 때의 느낌을 당연히 감격 혹은 감동이라 불러야겠지....

감사가 짙게 드리운 그런 느낌이 참 좋다, 그저 좋다....

내 첫 3:20의 성적표를 받아든 날은 공교롭게도 3월 20일....!

잊지 못할 기록을 받아든 이 날짜는 아주 쉽게 떠올리리라....

24번 42.195Km를 넘어봤다....

여름밤 걷기 대회와 또 어느 여름밤 50Km 울트라 도전을 더하면....

26번이나 나는 그 선을 건너봤다....

버킷리스트 속 수많은 희망사항을 물리치고....

해본 걸 또 해보고, 자꾸만 이어가고 있다....

왜인가를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때가 되면 또 찾아갈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럴 때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떠올려야 할 바른 질문이다....

내 생활습관과 능력에 앞으로도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달려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힘들 것만 같다....

첫 풀코스 완주시간에 10%를 단축하고, 20%를 단축하고, 30%를 단축하고....

첫 기록 충분히 넉넉하게 받아들었기에 푹푹 단축될 때도 있었겠지....

더 이상은 그런 쾌재를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하지만 잠시, 아니 한동안 이런저런 걱정은 접어두자....!

성급함은 회복을 바라는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도 기대는 하는지 글이 멈춰지질 않는다....

기억은 계속 주로 그 위에서 떠나지 못한다....

1년에 단 한 번, 아니 언제나 마음은 그곳을 맴도는 나....

이번에는 그럭저럭 노력했던 마라토너인 듯하다....

마라토너 베르디안~

PS. 지난 가을에 이어 이번 봄맞이를 위해 애써주신 정석근 감독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함께, 곁에서 그리고 앞뒤로 더불어 달려주신 정석근마라톤사관학교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