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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중앙서울마라톤 참가기
작성자  최구열 - 2015-11-24 오전 10:32:40 

2015. 11. 1. 중앙서울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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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인 2001년 11월 4일, 30대 초반의 푸릇푸릇한 젊은이가 더 넓은 잠실벌 운동장으로 숨을 헐떡이며 들어옵니다. 그때에도 구도하는 삶의 모습이요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으로부터 자유롭고자 몸부림을 치던 때입니다. 달리기 만이 이 모든 갈증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믿었던가 봅니다. 그렇게 몇 년을 간간히 달리다 먹고 사는 민생고를 우선 해결하고자 약 10여년간 뜀을 멈추고 쉼없이 일하고, 먹고, 마시고 그렇게 흥청망청하다가 인생에 지치고 세월에 치이는 등 내면의 정서와 영혼에 암흑이 도래하고 이를 돌파할 구실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심(心)을 위하여 신(身)을 단련할 필요성이 절박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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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일, 세상의 배부른 많은 것과 이별과 하직을 하고 도를 찾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여 이제는 어느 정도 달리는 것이 몸에 배인 것처럼 편안하며 그 상태에서 달림을 즐기기 위하여 잠실벌에 다시 섰습니다.

 

지난 10월 11일 경주동마, 10월 25일 춘마에 이어 11월 1일 서울중마에 올라탑니다. 미완성의 초보에게는 다소 무리한 일정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객기가 자칫하다가는 큰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망설임이 크게 다가왔으나 생에 처음 머리 올린 대회인데다가 코스가 평이하기 때문에 일단 신청을 하였다가 몸 상태를 봐 가며 출전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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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마, 춘마에서 내 믿음 이상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여 기분이 업되어 있는 상태에서 심신에 데미지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한양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몸을 추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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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 후 월요일은 아주 푹 쉽니다. 화요일은 회복주로 5km, 수요일은 조금빠르기로 10km 뛰어 몸상태를 체크하니 특별히 아픈데가 없습니다. 목, 금은 아주 시원하게 쉬고 거금들여 경락맛사지도 한 번하고 목욕탕에서 때까지 밀어줍니다. 토요일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머신에서 5km 숨통 트이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제 준비는 충분히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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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밤 9시 !!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감상에 젖을 필요도 그리고 시류에 편성하여 의미있는 이벤트를 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날 친구와의 전별회식에서 과식한 찌꺼기를 걸러내야 합니다. 목욕탕에서 땀을 빼고 전신의 근육을 풀어주면서 충분히 몸을 나른하게 만든 후 밤 12시 시외버스터미널 우등버스에 오릅니다. 영화 한편 보려고 준비를 하였으나 이내 긴 잠의 수렁에 빠져듭니다. 이제는 내 안방 침대보다 버스좌석이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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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30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을 하였으나 너무너무 춥습니다.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입니다. 함께 간 선경, 호득 형님 모두가 걱정이 태산이고 바로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우동을 시켜 가져온 찰밥을 곁들여 먹습니다. 밖에 나가기가 싫습니다. 그러나 잠심운동장으로 가야합니다. 5:30분 첫 지하철을 위하여 5시부터 기다립니다. 올때에는 막차로 잠실로는 첫 지하철로 갑니다. 생에 막차와 첫차는 처음 타봅니다. 말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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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운동장역 지하구내에서 1시간을 죽치고 있으면서 몸도 풀고 화장실도 가고 몸 단장도 합니다. 차가운 바닥이라도 좋습니다. 밖은 더 추우니 말입니다. 멀쩡한 사람들이 꼭두새벽부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릅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광고문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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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치고는 인원이 아주 많지도 않고 대회 진행도 약간 엉성합니다. 시골 촌놈이 서울 양반집에서 적응이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8시가 넘어 B조에서 출발을 하나 동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인파로 인하여 제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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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코스가 대체로 굴곡이 많지 않으므로 초반부터 속도를 한 번 내보기로 하고 30킬로이후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최대한 천천히 뛰거나 극단적일 경우 걸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뜁니다. 그리고 보조제는 춘마와 동일하게 뛰기전에 CCD 2봉, BCAA 1봉 먹고, 몸에 에너지젤 4봉과 BCAA 1봉을 지니고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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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5km를 22분 후반의 조금 빠른 속도로 뛰니 추위는 어디가고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하여, 끼고 있던 장갑도, 목에 감고 있던 바람막이용 천도 모두 길옆으로 던져버리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합니다. 몸은 대체로 가볍습니다. 출발전 약간 욱신거리던 오른 종아리와 무릎도 이상이 없습니다. 8km 지점에서 3시간20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잡고 함께 가다 오늘은 이놈을 뒤로하고 치고 나갑니다. 10km를 45:22초에 지닙니다. 대략 킬로당 4분32초의 페이스입니다. 이대로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러하지 않을 것을 잘 알지만 오늘은 몸이 이끄는데로 내 이성적 사고를 포기하고 그대로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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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m 지점에서 우리 흥마의 최고수 호득이 형이 보입니다. 정말 잘 뜁니다. 이제부터는 호득형을 페매로 삼고 뛰려하고 일단의 무리 속에는 이주영이라는 뒷태가 정말 멋지고 건강미가 넘치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함께 뜁니다. 약 20km미터 지점까지 이분들과 함께 섞여 뛰다보니 크게 힘든 것도 모르고 왔습니다. 1시간31분에 통과를 합니다. 오늘 여정의 거의 절반 정도 달려왔고 앞으로 온 만큼만 더 가면 됩니다. 인생사 처럼 시작이 절반이요 절반이 완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 까지 왔으면 체면치레는 한 것이므로 이제는 진짜 즐기면서 달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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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스의 절반을 지나면서 무심한 호득형은 나를 버리고 저 멀리가고 젊은 여인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뜁니다. 26km반환점에서 에너지젤과 bcaa 하나씩을 먹고 나니 힘이 불끈 솟아오르나 30km를 지나면서 서서히 연료부족에다 기력도 조금씩 딸리는 것을 느낍니다. 속도를 조금씩 줄이면서 절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맹약을 합니다. 32km 지점만 통과하면 끝까지 뛰어서 갈 수 있을 지 그리고 오늘의 기록이 대략 어느정도가 될 지를 예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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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m 통과시간이 2시간 17분대이고 춘마보다 3분이나 빠릅니다. 몸에 기력이 떨어지나 킬로당 5분내는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아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3시간 10분대에는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더 힘을 냅니다. 35km를 지나면서 갑자기 아랫배에 복통이 옵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출발전 배설을 완전하게 하지 않은 것이거나 에너지젤을 너무 늦게 먹은 것 때문이 아닌가 추측은 해 보나 이유가 무엇이던 죽기살기로 뜁니다. 38km 지점에서 3:20분 페매가 추월해 갑니다. 걱정없습니다. 저들은 나보다 6분정도 일찍 출발하였기에 내게 주어진 6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요? 35km를 지나면서 젊은 여인도 저를 추월하여 멀찌감치 도망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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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m지점에 도착을 합니다. 3시간 7분대입니다. 느긋해 집니다. 걸어들어가도 3시간 10분대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참 기분이 묘하고 골인도 하기전에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얼굴도 만져보고 모자도 벗었다 다시 서보고 아픈 배를 손으로 때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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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km를 지나면서 종합운동장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주로변의 관중의 박수를 받으면서 마치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되는냥 환희에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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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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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씰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뛰는데 좀 더 집중했다면 17분대에 들어올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가을의 잔치가 모두 끝났습니다.

생의 활력이 되고 내 별스런 가치와 재주를 재발견을 하게 한 세 번의 가을 잔치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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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흥마 전사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엄청난 고기에 소맥을 곁들어 폭풍 흡입하고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귀포합니다. 모두가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심각한 부상후 근 4년만에 서브 4포를 달성하신 선경형님! 옛 실력이 어디갈까요? 우리 흥마의 고수중의 고수, 서브3리가 목하인 호득이 형님 그리고 나, 우리는 그렇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오늘을 기억하고 찬양하면서 귀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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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블랙홀입니다. 마라톤으로 인하여 내 모든 생이 심지어 가정생활과 내 업조차도 이 마라톤의 스케줄과 몸 상태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알던 많은 것의 허상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 생각보다 심과 신의 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사랑합니다. 마라톤 그리고 흥해마라톤,,,, 내 가을잔치는 끝났습니다. 내년을 위하여 또 다른 파이팅과 힘을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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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혼자하여도 지겹지 않은 운동이며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운동이야말로 마라톤이 가진 강한 흡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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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alone but togeth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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