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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춘천마라톤 참가기
작성자  최구열 - 2015-11-24 오전 10:31:35 

2015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후기 -달림이야기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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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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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으로 갑니다. 육체가 쏟아내는 절정의 환희와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최상의 단풍을 만끽하고자 다시 춘천으로 갑니다. 작년의 쓸래임과 쓰라림 모두를 가슴 뒷견에 놓아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갑니다.

강태공이 목적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세월을 낚듯이 특별한 목적도 비책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무임승차를 하여 춘천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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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이제 먼길을 떠나는 것이 낯썰지 않습니다. 마라톤을 위하여 하루 2갑의 담배도 끊고 술도 거의 안마시고 체중도 15kg가량 감량하는 등 건강이 더할나위 없이 좋아지고 더불어 가정에도 더 충실하게 되고 업도 생계를 걱정 않아도 될 정도이니 말톤이 주는 극강의 긍정적 효과로 인하여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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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영신관광버스 리무진에 몸을 얹고 이내 깊은 잠속으로 빠져듭니다. 이제는 긴장도 크게 되지 않습니다.

단양휴게소에서 아침을, 원주 휴게소에서 배설물을 토해냅니다. 아침은 바나나 2개, 찹쌀떡 1개, 영양바 1개를 먹으면서 내장속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 넣지 않기로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차와 사람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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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이스는 2주전 경주동아마라톤을 참고하여 25km까지는 5km당 24분, 1km당 1분 47-8초대 전후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5km당 25분 1km당 5분의 페이스로 달려 3시간 25분 전후에 골인하려고 작정을 합니다. 그리고 출발전 CCD 1개와 BCAA 1개 및 에너지 젤 1개를 흡입하고 에너지젤 4개와 BCAA 1개를 몸에 휴대하고 달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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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젤은 15, 25, 30, 35km에서 각 1개씩 복용하고, BCAA 1개는 지루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26km 지점에서 물과 함께 마셔 근력손실을 막고 30km 이후 지속주를 유지하기로 계획을 짭니다. 2015 춘천대회는 이렇듯 잔머리를 많이 굴립니다. 마라톤은 생명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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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게 도착하여 서둘러 몸 단장을 마치고 몸도 채 풀지 못한 채 9시가 조금 넘어 c조에서 출발을 합니다. 처음부터 오르막입니다. 최대한 호흡과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힘차게 뜁니다. 5km를 23분 24초에 통과합니다. 조금 빠르다는 느낌이 오나 몸이 스스로 알아서 속도를 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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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25km까지 5km당 23분대로 진행을 합니다. 하프를 1시간 38분 51초에 지나갑니다. 경주 때보다 1분이상 빠릅니다. 하프지점과 25km 지점을 지나면서 몸 상태를 보니 아직 호흡도 일정하고 다리 근력도 충분합니다. 20km 지점에서 3시간20분 페메가 뒤에 따라오는 것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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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경주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약간 흥분도 되고 30km 이후의 급격한 체력저하를 예방하기 위하여 기 계획대로 25km 지점에서 에너지 젤과 bcaa 1개를 복용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깔딱고개를 올라갑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쑥쑥 잘 올라갑니다. 뒤에 따라오는 페매가 저승사자라도 되는 듯 저놈에게 잡히지 않으려 달음박질을 심하게 합니다. 29km 지점! 춘천댐 상판에 올라섭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좌측으로 보이는 저수지 물이 맑습니다.

작년 대회때 여기에서 전신에 힘이 빠지면서 생의 환멸을 느낀 것과 대비하여 장족의 발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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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30km까지 또 오르막, 힘차게 오릅니다. 페메가 바로 옆에서 뛰다가 32km 지점에서 나를 버리고 달아나고 나는 어떠하던 이놈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단풍구경하랴 오른반대편에서 기어오르는 후발선수들을 보랴 메패를 잡으려 앞을 보고 뛰랴 정말 바쁩니다. 33km를 지나면서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34km에서 102보충대 친구들의 열열한 응원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힘을 내고 샤워 부스를 통과하니 어느듯 소양2교가 눈앞에 들어오고 이제 3km만 가면 오늘의 여정이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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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한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내 목숨보다 더한 열정을 쏟아 부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상처를 받기도 하였으나 어떻던 나는 꿈에도 그리던 목표를 이루어 그럭저럭 제 밥벌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소시민의 행복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40대 중년이 되었건만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도 아닌 일상이 반복됩니다. 허무, 무력감 그리고 인생살이 !!!

마라톤은 육체를 건강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건강, 정신혁명을 만드는 묘약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예체능이라는 것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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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m를 지나면서 주로에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음료와 먹거리를 알아서 제공을 합니다. 비록 먹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나고 행복해 집니다. 38km를 지나면서 경주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런고로 없던 힘도 용솟음을 칩니다. 대로변의 응원객의 함성을 들으면서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골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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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22분 5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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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약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하더라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록입니다. 뛰기에는 더운 날씨였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언제나 처럼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늘을 찾아 냉수를 들이키고 신발을 벗은 후 두손으로 전신을 만져봅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육신의 조각이 오늘따라 왜 이리 멋있을까요? 꼭 남의 몸을 더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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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1번째 마라톤 풀코스를 너무나도 훌륭히 잘 뛰었습니다. 생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양다리 종아리에 미세한 근육통이 일어 5분 정도 꼼짝없이 쉬어주니 걷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우리 흥마의 전사, 정희형을 마중 나갑니다. 이어 선경 형님, 정훈이도 들어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 함께 얘기하고 함께 웃을 수 있어 너무너무 좋습니다. 오늘 우리 4명의 전사는 1.5km를 걸어 개선장군처럼 리무진 버스로 돌아옵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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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습니다. 월요일 오전은 언제나 컴을 켜고 책상앞에 정좌를 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 추억의 조각을 보기 좋게 맞추어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말입니다.

 

다음주는 한양에 갑니다. 가을 마라톤 대잔치 3탄 중앙일보 마라톤을 위하여,,, 한시름을 놓고 편한한 마음으로 다녀와도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떨어지는 낙엽이 발가에 머뭅니다. 고놈 참 이쁩니다.

올해 제 가을도 참 이쁘게 다가왔다 이쁘게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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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제 시작은 아주 미약하고 초라하였으나 그 마무리는 창대하고 이쁠 것 같습니다. 마라톤은 “미약에서 창대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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