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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 Dist 544.000 km Pace 5:35 min/km ↑ Speed 10.73 km/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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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2015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기
작성자  나대운 - 2015-11-07 오후 9:02:48 
커플티를 입고 뛰는 아들과 아버지가 앞에 보입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커플티에 이렇게 써 있습니다. '아빠', '아들'
아들의 덩치가 아빠를 훨씬 능가하는군요. 끝까지 잘 뛰기를 바랍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습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때도 가끔은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같이 달릴때는 항상 귀를 열고 달립니다.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대화가 참 재미나서 말입니다.^^

착착착착 착착착착~

초반에 들리는 기분좋은 발걸음 소리, 참 좋습니다. 주변 수십 명의 사람들 발걸음소리는 초반에는 마치 스타카토 음악처럼 들립니다. 프로 선수가 아닌 저 같은 아마추어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처음 몇 키로 뿐인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ㅎㅎ

코스맵을 머리속에 넣어두고 달렸으니 여기가 어디쯤인지 대충은 감이 옵니다.

"초반에 페이스를 지키든 안지키든 아무 관계가 없네. 못 뛰기는 마찬가지야. ㅜㅜ"
바로 뒤에서 들리는 말입니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의 두런거림이 들리는데 이미 나의 생각과 같습니다. ㅎㅎ

한 달 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성백제마라톤' 하프 코스를 뛴 후 5km 두 번 정도 연습한 후의 풀 코스 첫 도전은 사실 어리석음에 기초한 무모함이라고 해 두는 것이 더 맞을듯 싶습니다.

20km를 향해 올라가는 신매대교의 급수대 앞은 이미 앞선 러너들이 먹고 버린 종이컵으로 난장판입니다. 1만8천명이 풀코스에 도전중이라는데 맨 마지막 조인 H조에서 출발한 죄로 종이컵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했고, 22.5km를 지나면서 5km 마다 있는 스폰치는 이미 동이 난 상태였습니다.

이번 풀코스 도전의 목표는 '완주'입니다. 
2014년 10월에 처음으로 10km를 뛰어 본 후 꼭 1년만에 풀코스를 도전하는 것이라 기록은 언감생심이고 뛸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하여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역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아내가 만들어준 삼각김밥과 보온병에 든 우거지국을 아침으로 먹고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춘천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약간 쌀쌀한 듯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오늘 잘 뛰어보자고 다짐도 해 봅니다. 춘천역에 전철이 도착하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MTB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틈에 러닝화를 신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많아지고 그들의 행렬이 출발장소인 공지천으로 향합니다. 

자~ 가자.

모임장소인 공지천 인조잔디구장으로 가는 길은 이미 축제분위기입니다. 달리는 사람과 응원해 주러 온 사람들로 시끌시끌합니다. 

좀 이른 시간에 도착을 한지라 여기저기 부스도 구경하고 사람들 구경도 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네요. 준비운동도 하고 출발조에 맞춰 H조를 찾아갑니다. 엘리트 선수들인 A조가 9시에 출발하니까, 아마 9시 반은 넘어야 '기록 미보유자'인 G조와 H조가 출발하게 됩니다. 자기조를 이탈해 먼저 출발하게 되면 기록이 찍히지 않으면서 실격처리가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워낙 오래 기다리다보니 차라리 A조 출발할 때 그거 구경하고 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또 여기서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는것도 재미나네요. 지난번 하프 때는 동료원장님과 같이 뛰어서 심심하지 않았는데 이번 풀코스는 같이 뛸 사람이 없어 혼자 온 것이 좀 아쉽습니다.

G조 출발에 맞춰 사회자인 배동성씨의 이야기가 용기를 줍니다. 
지금은 '기록 미보유자'이지만 이중에서 서브3도 나올것이고 4시간, 5시간, 이제 기록이 나올 것입니다.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려 달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 부상없이 완주하자. 그게 오늘의 목표지."

G조 출발 5분 후 드디어 H조도 출발을 합니다. 9시 35분 정도인데 이미 대형스크린에는 선두그룹이 10km를 지나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해 봐서 알지만 2시간대 초반에 풀코스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듯 싶습니다. 아마추어가 3시간 미만에 골인을 한다는것도 역시 매한가지이구요.

춘천마라톤은 제한시간이 6시간입니다. 올해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 '워크 브레이크'라는 팀을 따로 운영하여 6시간에 아마추어 러너들이 골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도 있습니다. 여기 참가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혼자 편안하게 뛰자는 생각에 혼자만의 레이스를 기획했습니다.

10km를 지나면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1시간 정도에 달려왔습니다. 좀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컨디션도 좋고 다리의 느낌도 좋습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북한강변의 단풍과 울긋불긋 러닝복과 러닝화가 또 다른 단풍의 느낌입니다. 

20km까지는 잘 왔습니다. 신매대교를 턴하여 내려와 하프를 통과하는 시점에 살짝 허벅지와 오금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헐~ 이러면 안되는데, 아직 반밖에 못 왔는데.'

걱정이 생기는 것과 함께 햄스트링 여기저기에 쥐가 올라옵니다. 그냥 가다가는 안 될것 같아 서서 스트레칭을 좀 하고 살짝 걸어보기도 하니 쥐가 좀 풀어지는 느낌도 들어 다시 달려봅니다. 하지만 속도가 이제 많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가는 길에 시골 어르신들의 농악과 급수대에서의 어린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그나마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프를 지나면서 많은 분들이 일렬로 걸어가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급차도 이미 몇번 지나간 것을 보니 누군가 다쳤는지 걱정도 됩니다.

구급차 옆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분들도 있는데 이미 페트롤의 스프레이가 떨어졌나봅니다. "이제 없어요." 하면서 '무정하게 ㅜㅜ ' 가는 소리가 저 앞에서 들립니다.

잠깐 줄 서 본 스프레이 파스 줄에서 스프레이가 떨어져서 버튼을 눌러도 '칙칙'하는 소리만 들려서 할 수 없이 다시 달립니다.

그래도 구사일생일까요? 한쪽편에서 맨솔래담 로션을 짜 주는 러너가 있습니다. 손바닥에 로션을 받아서 쥐가 나는 근육에 바릅니다. 이걸로 쥐가 없어지기를 기도하면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뜁니다. 화끈화끈하는 느낌과 함께 쥐가 좀 사라지는 기분. 잘 뛸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햄스트링에 쥐가 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쥐가 납니다. 축구선수들이 시합도중 햄스트링에 쥐가 나면 결국에는 경기를 중간에 포기하고 나오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지요.

서상대교 구간이 정말 지루합니다. 날은 더워지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만 햇살이 눈부시고 점점 더워집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뛰고는 있는데 한걸음 한걸음이 나에게는 역사입니다. 하프만 뛰어본 내 근육이 20km 중반을 넘어서서도 그래도 버텨주고 있는것이 신기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내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게 축배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왼쪽 발바닥에 느낌이 좋지 못하군요. 이대로가면 족저근막염이 생길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들고, 왼쪽 엄지발톱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27.5km를 지나 춘성교로 올라서는데 "다리만 건너면 음료수가 있습니다."하는 자원봉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목소리만으로도 기운이 나지만 사실은 2.5km를 더 가야 급수대가 있습니다. ㅋ~

대신 춘성교 위쪽에 사람들이 다들 누워 있습니다. 약간의 그늘이 있는 곳에 이미 탈진한 사람들과 쥐가 난 사람들이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춘성교까지 계속 오르막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습니다.

다리를 다 건너서 앉아서 양말을 벗고 발가락을 만져보니 엄지발톱이 상당히 많이 아파옵니다. '발톱이 빠지겠는데..'하는 느낌이 와 할 수 없이 미리 준비했던 일회용 밴드를 2개 꺼내어 발톱을 발가락에 단단하게 묶어 놓고 스트레칭을 한참 합니다. 많은 분들이 나를 지나쳐 가고 있지만 이미 뛰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어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멋진 단풍의 모습이 계속 있지만 10km를 가기전의 의암교에서는 "와~ 정말 살것같다."라는 말을 했지만 반대편에 있은 춘성교에서는 '아~ 죽을것 같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옵니다. 처음에 터널을 지날때는 즐거움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고함을 질렀는데 중반이후에 터널을 지날때는 완주하는 마음으로 '악'을 씁니다.

그래도 어느덧 계속 가고 있습니다. 

남자분 한분이 옆에 뛰고 있는 여자분에게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 것이 들립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 더 가면 군부대 나와서 젊은 영계들이 응원해 주면 힘 받아서 기운날거야. ^^  또 조금 더 가서 시내 들어가면 쪽팔려서 걷기 힘들어서 또 뛰게 돼."
ㅎㅎㅎ
과연 그럴까 싶기는 하지만 한 번 믿어보고 싶습니다.

또 다른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리네요.
"작년에 여기까지 00이랑 같이 와서 반대로 돌아가는 회송버스 기다리려고 했는데 혼자 기다리는것이 너무 챙피해서 그냥 끝까지 뛰었잖아."
과연 그렇겠습니다. 

이미 10km를 지나서 반대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15km를 넘어서서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쉬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아마추어 달리기의 재미난 것은 엘리트 프로 선수들이 2~3시간만에 열심히 달리는 것과 다르게, 중간 중간에 마을을 지나면서 수돗가에서 물을 받아서 머리를 감는 분도 있고,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나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콜라를 한 병 사서 같이 마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저 때 마시는 콜라는 무슨 맛일까요?

나중에 저도 맛을 보게 됩니다. 41km 지점에서 응원나오신 분이 따라준 물 한잔과 콜라 한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36km를 지나면서 제대로 쥐가 납니다. 뛸 수가 없습니다.
걷다가 다시 조금 뛰자 하면 30m를 못 가서 다시 쥐가 납니다. 

또 한분이 도와주십니다. 지나쳐 가다가 되돌아온 러너 한분이 저에게 스프레이 한통을 주고 갑니다. "이거 쓰세요."
"감사합니다." ㅜㅜ

한참을 스트레칭을 하고 스프레이 파스를 대퇴사두근, 대퇴이두근, 비복근, 전경골근까지 쥐가 나는 곳은 다 뿌립니다.

햄스트링을 펴면서 스트레칭을 하려하니 전경골근에 쥐가 나는 상황....와~ 대책 없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근육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연습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게 해 줍니다.
좀 전에 들었던 군인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지납니다. 그들의 들고 있는 플랙카드가 귀엽습니다.
< 부대장왈 "자네 다리가 아직 보이네.">라는 문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듭니다. ㅎㅎ

스프레이존을 지날때는 자원봉사 학생들이 뿌려주는 스프레이 냄새와 알갱이로 코가 다 맵습니다. 그래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힘내세요, 완주하세요."라는 말에 힘을 얻어 또 걷습니다.

소양강처녀의 모습을 한 동상앞에 밴드의 노래가 신나지만 역시나 꾸역꾸역 걸어봅니다.
소양2교에서 나에게 몇시냐고 물어보신 어르신은 내 앞조인 G조로 보입니다. 

처음 5km 뛸 때 보였던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이분들도 힘들지만 정말 열심히 달려오셨군요.
춘천역을 지납니다. 5km를 1시간에 걸쳐서 걸어왔습니다. 진짜 다 온 것입니다. . 
"여기서 부터는 그래도 살살 뛰어보자."
걱정하면서 뛰어보는데 그래도 조금 뛰어집니다. 

멀리서 골인지점이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골인을 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가시는 분들도 있고, 삼삼오오로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저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광판의 시계는 6시를 지났지만, 출발을 35분 늦게 했으니 아직은 5시간 중반대입니다.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분들이 많군요. 그래도 남는건 사진 뿐인데..^^
열심히 달리는 표정으로 '골~인' 합니다. 

'수고 많았다. 그래도 완주 했구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 주고 물 한병 받아들고 완주메달을 받으러 갑니다. 앉을 수가 없어 미안하게도 선채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기록칩을 빼고 완주메달을 받습니다.
42.195km라고 쓰여 있는 풀코스 완주메달. 처음입니다. 

주위 분에게 부탁해 사진 한장 찍어 달라고 한 후 사진을 보니 많이 탄 모습이네요. 잘 했습니다. 그래도.

내심 5시간 정도 안에는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연습을 하지 않은 근육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느끼고, 다음 번 대회에는 걷지 않고 계속 뛸 정도의 다리를 만들어 볼 것을 생각하면서 2015년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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