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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아름다운 추억만들기-2015년 서울국제마라톤-
작성자  최구열 - 2015-03-19 오전 11:23:27 

춘분이 지나고 경침이 지나 봄기운이 완연한 나날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달리기의 향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요 설래임입니다. 부상과 이로 인한 육체적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몸도 마음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1월10일, 여수마라톤의 무리한 주행의 여파로 오른무릎과 왼어깨 및 왼팔의 지속적 통증, 2월15일 밀양대회에서의 오른 등근육 통증으로 겨울 내내 아픔과 그래도 달림을 멈출 수 없다는 달림욕과의 갈등속에 연습다운 연습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한 고로 3월1일, 울산대회는 풀을 고사하고 하프도 억지로 뛸 정도로 몸이 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3월의 문이 열리자 마자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최고(古)이자 최고(高)인 동아일보서울마라톤 겸 서울국제마라톤을 뛰고자 숙원하면서 올 겨울을 보내었건만 이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답답함 때문입니다. 중도에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참석은 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매일 조금씩 멈추지 않고 근육이 뛰는 감각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만 연습을 합니다. 하루 5KM 내지 10KM정도이고 몸이 아프면 바로 뛰는 것을 멈추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오른무릎 통증 여진이 있어 3월13일에는 정형외과에 내원하여 엑스레이를 찍으니 연골상에 이상이 없다하여 진통제 및 소염제를 처방받아 아침저녁으로 복용을 하였습니다. 약 효능때문인지 아니면 긴장과 설래임때문인지 D데이 하루전날에는 통증이 어디 갔는지 이상하게 몸이 가볍습니다.

 

저녁을 먹고 처와 딸아이와 영화를 보고 11시30분에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서 미리와 계시던 형님들과 출발을 합니다. 처는 오른 검지손가락으로 뒷주위를 돌리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신호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아주 정상적으로 미친 것입니다. 리무진 버스라고 해서 잠을 잘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으나 잠은 커녕 정신이 더 맑습니다. 대략 난감합니다. 이래 밤새우고 무슨 105리 길을 달릴 것인지 아득하기까지 합니다.

 

3시30분에 강남터미널에 도착하여 경상도 식당에서 여장을 풀고 커피를 마시고 테이핑을 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등 할 일을 다하고 드디어 지하철을 타고 현장으로 갑니다. 7시전임에도 인간사태입니다. 경복궁앞 광화문 광장이 사람으로 꽉 차 있는 모습이 촌놈인 제게는 무척 낯설어 보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1회용 우의로 몸을 감싸고 충분히 연습과 몸을 푼 후에 c그룹이 달려 나갑니다. 1km를 5분으로 뛰어 목표는 3시간 30분 전후로 하였습니다. 다만 30km 이후 지점에서 몸에 무리가 와 도저히 뛸 수 없으면 미련없이 포기하고 걷기로 작정을 하고 출발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C그룹 앞 줄에 섭니다. 애국가 1절을 합창한 후 뛰어 나갑니다. 정말로 사람이 많습니다. 주로의 선수뿐만아니라 자원봉사자도, 주위의 시민들도, 대회관계자도 여튼 많습니다.

 

몸이 대체로 가볍습니다. 30km이후를 위하여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하프 지점을 1시간 44분대에 통과합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됩니다. 아직 힘이 있으며 몸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25km지점을 지나서 군자교 쪽으로 가는 길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데다 몸도 조금씩 무거워지는 느낌이 옵니다. 1km에 5분이 조금씩 넘어갑니다. 그래도 뛰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이제는 급수대에서 물과 이온음료와 간식을 수시로 먹기로 합니다. 30km를 지나도 무릎과 어깨 통증이 오지 않습니다. 의아합니다. 35km까지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지고 체력도 많이 모자랍니다. 근육에서 밀어주는 힘이 딸립니다. 2-3분정도 시간을 까 먹습니다. 그 이후를 생각하여 급수대에 서서 바나나와 초코파이, 건포도를 맛있게 먹습니다. 5만원 돈값어치는 해야 합니다. 이온음료도 원없이 먹습니다. 1분정도를 소비한 것 같습니다.

 

힘이 납니다. 이제 6-7km만 가면 오늘 긴 여정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앞서가던 많은 사람을 추월합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3시간 30분대에는 충분히 들어올 수 있으나 30분 초반대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이 정도까지 온 것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 제 몸둥아리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함성을 들으면서 인산인해인 잠실주경기장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끝났습니다. 골인점에 들어가기 직전 저도 모르게 외칩니다.

“나는 살아있다.” -3시간37분17초-

 

그렇습니다. 2015년의 시작과 겨울은 육체적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이제 조심스럽게 이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마라톤은 제 생애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러나 더 기분 좋은 것이 있었습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스스로 많은 것을 절제하고 자제하면서 풀코스 대회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라톤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그 과정속에 진정한 기쁨이 싹튼다는 것을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배웠습니다.

앞으로 진지하게 건강하게 연습을 더 해야겠습니다.

 

대회이후 며칠이 지났씁니다. 의례이 게걸음으로 보행에 장애가 심하여야 하는데 이상스럽게도 몸이 가볍고 걸어다니고 계단오르내리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진통소염제 약 때문일까요? 아니면 진짜 내 몸이 말톤에 적응이 된 것일까요? 진짜로 내 무릎 통증이 다 나은 것일까요? 여튼 몸과 기분이 가볍습니다.

내 달리기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진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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