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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이제서야 실감! 묵은지같이 느긋하게 느껴보는 춘천의 추억
작성자  조현석 - 2013-11-30 오후 8:46:53 
며칠 전 우연히 우편함을 뒤적이다 도착한 기록증에 드디어 실감이 간다. '아 내가 정말 춘천마라톤을 갔다 왔구나!' 라고 말이다.
여름 내내 훈련할 때만 해도 춘천은 나랑은 인연이 없는 곳일줄 알았는데 어떻게 좋은 사람을 만나 일사천리로 춘천행을 결정한게 9월달, ITX 기차표까지 부랴부랴 예매하고 나니 조금씩 실감이 왔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신기하게도 목표가 생기니 저절로 준비를 하게 되었다. 물론 잘했다고 할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혹은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틈틈히 달렸다.
대회날을 회상하자면 고요한 가운데 울려퍼지던 달리미들의 발자국 소리가 가장 먼저 귓가에 맴돈다. 그 소리가 하도 경건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목례를 하고 말았는데 브랜드는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의 소리로 완성된 러너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고행길이 외롭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찰나의 한 걸음이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42.195km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출발은 그렇게 흐린 날씨와 함께 적막했다.
주로 주위를 덮고 있던 물안개인지 구름일지 모르던 것이 서서히 걷혀지자 전방에 북한강 주변의 험한 산세가 또렷히 보인다. 그리고 악명이 자자하던 춘천댐까지...주로 옆에 있던 파워젤을 냉큼 챙기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흐렸던 아침에는 추워서 해가 뜨길 바랬는데 막상 해가 걷히자 더위에 짜증내하는 갈대 같은 줏대없음이여...인간의 간사함을 새삼 느끼며 언덕길을 묵묵히 올라간다.
언덕길을 내려오고 102보충대대를 지났을때인가 이제까지 잘 달래왔던 두 다리가 갑자기 뛰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 장기간의 달리기에 심통이 난 모양이다. 다리를 어르고 달랠때는 아이 다루듯이 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달리기를 재촉하면 얼마 안가 땡깡부리기 일수여서 몇분가량 뛰기를 포기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래, 저기까지만 쉬자? 저기 지나면 얼마동안은 또 뛰고? 그치 그치?'
심통은 조금 풀린 듯 싶지만 아직 완전히 화가 가신 것은 아닌 듯 하다. 다시금 멈추는 통에 또 걸으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저쪽 급수대에서 물만 마시고 천천히 속도 올리는 거다? 아파트 나오면 다시 힘내는 거다?'
이런식으로 어르고 어르면서 다리까지 왔다. 호반을 감상하고 있을때쯤 저 멀리 익숙한 구조물 때문에 기운을 얻었다. 바로 새벽을 가르고 달려온 ITX가 우리를 내려준 춘천역! 역에서 나올때는 비몽사몽 간에 도망치듯 대회장으로 갔는데 다시 이렇게 역을 마주하니 끝이 다가왔다는 기쁨과 슬픔이 미간을 스친다. 무심한 두 다리만이 조용히 앞뒤로 왔다갔다 할 뿐이다.
골인. 그러나 한동안 실감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서울로 향하는 ITX 안에서도 정신을 뺏긴 채로 멍하니 있었고 말이다.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묵은지같다고 해야하나? 대회 끝나고 한달이 되어서야 감상에 빠져있다니 말이다.
이렇게 러닝가이드 홈페이지에 춘천마라톤 참가기를 올렸는데 나중에 다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직 상상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3 가을 춘천의 추억은 좋은 느낌이지 않으려나?

덧) 앞서 도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페이스메이커 이하 같이 주로를 달린 달리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풀코스 경험이 일천해서 어떻게 레이스를 운영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유형 무형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감상문을 쓸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춘천으로 나를 이끌어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아키코 누나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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