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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
작성자  장정환 - 2013-11-26 오후 3:12:30 

달리기라는 운동에 매료되어 처음 10 km 대회에 출전한 후 1년하고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달리기에 한창 재미를 붙일 때였지만, 그때만 해도 42.195 km 마라톤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벽이었다. 10 km를 쉬지 않고 달리는데도 힘든 노력이 필요했는데, 그 4배를 넘는 거리를 견뎌야 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버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되고 힘든 일인만큼 해낼 수 만 있다면 정말 멋질 것만 같았다. 누구도 나에게 그것을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42.195 km 완주는 처음으로 내가 내 자신에게 제시했던 정말 순수한 목표였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마라톤'이라는 책을 구입해서 열심히 정독했다. 도서의 주인공이 제시하는 4시간 마라톤 완주를 구체적인 목표로 삼고 가능한 한 권장된 운동 스케쥴을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일상에 쫓겨 책에서 제시하는 4개월의 훈련 스케쥴이 1년으로 늘어나고 무리한 운동으로 가벼운 부상도 겪었지만, 세 번의 하프코스 대회를 참가하여 1시간50분의 기록을 세우고 장거리 훈련도 경험하였기에 마침내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10월의 경주동아마라톤과 춘천마라톤 중 어느 대회에서 내 생애 최초의 마라톤 완주를 기록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잠시 해보았다. 감명 깊게 보았던 '말아톤' 영화에서 초원이가 내달리던 춘천 의암호의 풍경과 영화 속 장면들이 내 고민을 쉽게 해결해 주었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도시 춘천은 처음으로 도전하는 풀코스 마라톤과 처음이라는 의미에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싸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도착한 대회장은 2만5천명을 넘는 참가자들로 북적거렸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록 미보유자로서 마지막 출발 그룹으로 시작한 레이스. 싸늘하게 느껴지던 공기는 이내 시원하게 내 몸을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있었다. 의암댐에 이르며 펼쳐지는 의암호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함께 달려주는 많은 이들의 존재가 레이스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흥겨운 마음으로 하프 지점을 지나고 대회 참가 전부터 익히 들었던 25 km 지점부터 춘천댐에 이르는 마의 구간에 들어섰다. 지속되는 오르막 길 때문인지 허벅지 근육에 통증이 느껴졌다. 마의 구간을 지나고 10 km 남짓 남은 순간부터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지쳐가는 체력은 차치하고라도 발과 다리의 통증은 참기 힘들었다. 35 km 급수 지점에서 잠시 멈추어 자원봉사자가 건네는 고마운 물을 들이키며 스스로 생각했다. 잠시 동안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달려온 35 km, 아니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해 1년을 넘게 준비해온 시간이 버려지는 것이다. 다시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걷는 순간도 있었지만 통증이 약해지면 다시 뛰었다. 춘천 시내로 들어서고 소양2교를 건너며 남은 2 km가 지금까지 달려온 40 km 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순간이 지금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들으며 힘들지만, 아프지만 걷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점 매트를 밟으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데 그 기분은 고통스러운 순간이 끝났다는 안도의 느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영원처럼 느껴졌던 고된 순간들을 내 스스로의 힘으로 지나왔다는 승리의 희열이 더욱 컸던 것 같아 가슴이 벅찼었다.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2013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의 주인공이었다.

사람은 항상 스스로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살아간다. 특정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일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이 타인에게 어떻게 존중 받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하라고 하더라. 사랑은 그저 멀뚱히 바라기만 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해서 사랑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스스로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나는 생애 최초로 42.195 km의 마라톤을 완주한 바로 그 순간 처음으로 순수하게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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