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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2013년 풀 코스 마라톤 도전기 – 황병훈
작성자  황병훈 - 2013-11-17 오전 10:11:41 

2013년 풀 코스 마라톤 도전기 – 황병훈

2013/10/28

지금 돌이켜 보면 왜 마라톤 풀 코스를 뛰게 되었는지 신기하다.

올 초 팀장이 되고 정신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다가 ‘이러다간 살만 계속 찌고 건강도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하던 참에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으로 마라톤을 선택했다.

그때만 해도 그냥 5km, 10km를 뛰면 되겠다 싶었고, 회사 6층 헬스클럽에 가서 런닝 머신 위에 무작정 올라 갔다. 5km도 제대로 뛰지도 못해서 거의 걷다시피 했는데 우연히 후배 사원(김경국 과장)과 근황을 묻는 도중에 마라톤을 뛸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바로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그때만 해도 정신 없이 하루 하루 살다가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운동을 할 때여서 엄두가 안 났다. 그냥 대답을 흐지부지 하고 넘겼다.

그때 그 친구는 나에게 20분 자전거(RPM 80 유지), 20분 런닝 머신(Treadmill) 속도를 8-10 번갈아 가면서 꾸준히 하라고 했으나, 힘들어서 자전거 20분도 간신히 했다. 땀은 비 오듯이 흘리면서 말이다.

정말 그 친구가 고마웠던 것이 결국 나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자기 돈으로 우선 4월 14일에 열리는 아디다스 MBC 한강마라톤을 신청해 버렸다. 여기서 황당했던 것은 신청을 빨리 못해서 5km와 10km는 마감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하프(21.0975km)를 신청하게 되었다.

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그 친구에게 뭐라고 했으나, 그 친구 왈 “그냥 10km만 뛰세요.” 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고서는 나도 그러면 되겠네 싶었다.

물론 그렇게 신청했든 말든 운동은 하나도 안 했다. 대회 전날 까지도 말이다.

드디어 4월 14일 아침이 되었다. 정말 가기 싫었다. 내가 왜 사서 고생하나 싶었다. 편하게 일요일 아침 푹 늦잠 자면 되는데 말이다. 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하길래 속으로 ‘잘 되었다.’ 싶었고 비가 확 와 버리면 안 가도 되겠지 싶었다. 빗줄기는 생각보다 가늘었고 그래도 회사 동료, 팀원들 몇 명 출전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에이 모르겠다.’하고 차를 끌고 하남 미사리 조정경기장으로 나갔다.

수 많은 마라토너들이 모여서 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긴장감이 몰려 왔다. 마라토너들만 사는 세상에 난 마치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회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다. 긴장감 속에 갑자기 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전쟁에서 ‘돌격 앞으로’ 하듯이 뛰쳐 나가는 상황에 나도 휩쓸려서 뛰었던 것 같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이왕 뛰기로 했으니 ‘일단 살자’, ‘무리하진 말자’, ‘완주해 보자’, ‘절대 멈추진 말자’ 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17km까지 나름 쉬지 않고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다. 순간 자만도 했다. ‘오호라 운동 안 하고도 이 정도 뛰네’하고 말이다. 17km부터 퍼졌다. 맞바람에 난 더 이상 나가기도 어렵고, 난 분명 뛰고 있는데 옆에 걸어 가는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가고 있었고,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나머지 남은 거리만큼 고통의 순간이 계속되었다. 20km를 통과할 무렵에는 왜 1.0975km가 남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남은 거리는 지금까지 온 거리보다도 더 멀리 느껴졌다.

결국 힘들게 결승점을 통과 했다. 완주는 하고 싶었다.

기록은 2시 51분 10초였다. 거의 참가자 중 꼴지 수준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친 짓이었다. 내 몸을 함부로 대했던 것이다. 정말 나에게 미안했다.

끝나고 나서 난 완전 털썩 주저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눠준 음식(빵, 바나나, 우유)을 앞에 놔두고 쳐다보고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먹을 힘 조차도 없었다.

이렇게 하프 코스를 완주하고 받은 메달을 받고 좋다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기뻤다. 나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고 이를 이겨내려는 내 자신이 기특했다.

이렇게 나의 무모했던 하프 코스 도전이 끝났다.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깜짝 놀랐다. 앉은뱅이가 된 줄 알았다. 그리고, 1주일 동안 난 거의 환자 수준으로 걷지도 못하고 거의 기어 다녔다.

이렇게 시간이 또 지나고, 물론 그 이후로도 또 운동 안하고 정신 없이 회사 생활을 했다.

‘어’ 하다가 상반기의 끝인 6월말이 지날 무렵 갑자기 다시 마라톤 생각이 났다.

그래서, 7월부터는 다시 좀 운동을 시작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점심 시간마다 주 3회 정도는 꼭 운동을 하였다. 우선 살도 빼야지 싶었다. 마라톤 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무거운 몸이었다.

이때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제대로 정량적 관리를 하게 되었다.

내가 마라톤을 하겠다고 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팀원(홍장헌 차장)이 추천해주어서, Runkeeper와 Libra라는 내 운동 기록 관리와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하고 관리를 시작했다.

이때 하반기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올해 목표가 하프 코스 완주였는데 어쩌다 보니 상반기에 이미 해 달성(?)하게 되었고, 수 많은 마라톤 대회가 있는 지도 모르는 나에게 춘천마라톤은 옛날부터 많이 들어온 것 같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물론 여러 날을 신청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유는 한번 더 하프를 뛰고 풀 코스를 도전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춘천 마라톤은 하프코스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10km를 뛰기에는 이미 하프를 뛰었다고 쫀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7월 22일 드디어 결심을 했다. 춘천 마라톤(10/27)에 출전하기로 마음 먹고 직접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 손으로 신청하였다. 이 날이 D-96이었다.

이제 내가 마음 먹은 이상,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월 달에 그 무모한 도전을 했던 기억이 나를 게을러지게 하지 않았다.

가끔 운동 하루 쉬고 싶다가도 나를 다시 운동하게 만들게 하였다. 여기서 느낀 것은 역시 도전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우리만큼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이 클수록 안주하지 않고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약 100일간 꾸준히 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매주 평균 4회 정도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45~50분간 7~8km를 뛰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양재천을 따라서 8월까지는 5~10km 수준으로 뛰다가 9월 중순부터 점차 10km, 15km, 20km, 30km씩 늘려 보았다. 10월 9일 한글날에 처음으로 양재천을 시작으로 탄천을 따라 돌아오는 코스로 약 30km를 뛰어봤다. 이때 자신감이 생겼다. 잘하면 풀 코스도 뛸 수 있겠다 싶었다. 사람이 간사한 것이 30km를 목표로 뛰니깐 하프 때 느꼈던 17km에서의 어려움도 안 느껴졌고, 21.1km를 통과할 때도 편안하게 뛰고 있었다. 신기했다. 이때도 느낀 것이 심리적으로 뛰고자 하는 최종 km가 있으면 약 70~80% 수준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나 싶었다. 심리적 저항선 같은 느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혼자서 10km 이상씩 양재천, 탄전을 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정신 없이 살아 가면서 어떤 순간도 항상 누구와 같이 있었던 것 같다.

뛰면서 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내가 왜 뛸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보기도 하고,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나 런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질감도 느끼게 되고 말이다.

내가 올해 한국나이 42살이고, 풀 코스가 42.195km인데 이것도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1km를 한 살이라고 생각하고 내 삶을 돌이켜 보면서 뛰어보자 싶었다.

또한, 정말 느낀 큰 한 가지는 나한테 맞는 페이스(Pace)다. 마라톤은 100m 달리기와 달리 꾸준히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나눠서 끝까지 뛰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맞는 보폭과 속도를 찾아서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뛰는 법을 찾았다.

인생도 ‘내가 지금 당장 좀 앞으로 달려간다고 끝에서도 앞서서 들어 가진 않는다’라는 것이다. 나만의 페이스로 인생을 살 필요가 있다. 절대 옆 사람의 속도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결국 지금 당장 앞으로 좀 나가는 것은 나의 미래를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30km를 약 6분 40초/km로 뛰어 본 후, 최종적으로 풀 코스는 7분/km에 뛰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이렇게 뛸 경우 최종 예상 완주 시간은 5시간이었다.

올해 나의 풀 코스 도전을 위해서 내가 노력한 정량적 수치를 살펴보았다.

총 운동 횟수는 105회, 총 뛴 거리 661km, 총 칼로리 소모 43,515kcal, 몸무게 75kg(년초 81kg)

절대 마법은 없다. 내가 하프 코스를 무모하고 무식하게 그냥 막 뛴 후 깨달았다.

이제 춘천 마라톤 뛰기 일주일 전, 나름 준비를 좀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긴장감, 설렘, 두려움 마저 들었다.

홍장헌 차장이 마라톤에 처녀 출전하는 초보자인 나에게 꼼꼼하고 세심하고 친절하게 필요한 사전 숙지 사항을 알려주고 시계 및 파워젤 등을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인생에서도 나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말씀(조언)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세삼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뛰기 전까지는 그러한 말들이 어떠한 가치나 의미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마라톤이 그냥 운동 열심히 하고 뛰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이었다. 전 날 회사 마라톤 동호회 분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었다. 대회 전날 내 몸 컨디션 조절하기(이온 음료 1L 마시기), 열량을 보충해 나가고, 체내 수분을 유지하기(5km마다 이온 음료 마시기), 최소한의 열량 소모를 위한 팔 젖기, 오르막길에서는 허리를 숙이고 짧은 보폭으로 뛰기, 도로 기울기를 고려해서 달리기 등 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고,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격려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문자 메시지로 깨알 같이 적어서 보내 주었다. 그런데 실제로 뛰면서 말씀해 주셨던 것들이 생각이 났고 실천해 나갔다.

이러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춘천 마라톤을 하루 앞두고 미리 가족과 함께 춘천으로 향했다. 오래 간만에 아이들과 함께 남이섬에 들렸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나름 볼 거리와 먹을 거리도 많았다.

하루 즐겁게 가족과 가을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춘천 마라톤이 열리는 공지천 공원 근처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 대회 나갈 준비를 마치고, 이온 음료 1.5L를 다 마시고 잤다.

당일 날 아침, 날씨가 쌀쌀하고 약간 흐려서 좀 걱정을 했다. 출전 그룹 장소로 이동해서 서서히 몸을 풀고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카운트 다운과 함께 드디어 출발을 했다. 나는 페이스 메이커(5시간 도착)를 열심히 쫓아서 뛰기 시작했다.

5km 지점 즈음 만나게 된 호반의 도시 춘천의 절경은 아침 운무와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물론 초반에만 느꼈을 뿐이다.)

예상대로 7분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계속 뛰고 있었다. 어느덧 10km를 지나고, 20km를 지나 하프 21.0975km를 통과했다. 딱 절반인 2시간 30분에 통과하였다. 몸 상태도 괜찮았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최소한의 열량을 소모하면서 오르막길도 통과 했다. 30km까지도 무난히 통과했다. 연습 때도 30km까지는 통과해 봤다라는 생각이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태어나서 나도 처음 뛰는 것이어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해 올 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다행이 35km까지도 무사히 페이스대로 통과하였다. 이제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던 많은 사람들도 다 사라지고 나와 2명 정도만 꾸준히 쫓아가고 있었다.

마라톤 중계를 보면 35km부터가 인간의 한계이고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된다는 식으로 방송을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나름 걱정했던 것에 비해 잘 달리고 있었다.

내가 달리면서도 신기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뛰고 있는 내가 말이다.

잘 달리고 있는 중 39km 지점을 통과할 무렵, 드디어 내 몸, 특히 하체에서 이상 증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올게 왔나 보다 싶었다. 고관절, 무릎, 허벅지, 종아리, 발목 등 내 맘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39km 꾸준히 페이스메이커를 쫓아왔는데, 마지막 3km 남짓 남겨 놓고 놓치고 말았다.

이 순간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제 다 왔는데 하는 생각에 끝까지 참고 다시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저 앉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0km를 지나고 또 한 걸음씩 달려 갔다.

마지막 푯말이 보였다. 이제 마지막 1km가 남았다는 것이다. 이제 1km만 더 가면 완주였다.

힘든 생각을 잊어 보려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숫자를 세기로 했다. 한 걸음을 1m라고 생각하고, 천 걸음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 이렇게 세면서 마지막 코너를 돌자 골인 지점에 세워져 있는 골대 같이 생긴 것이 보였다. 정말 반가웠다.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길의 끝이 보였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멋지게 들어가야지 싶었다. 가족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생각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뛰었다. 마지막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들게 되었다. 가슴 한 편이 나도 모르게 뭉클해 졌다. 내 자신이 너무 기특했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나를 대견한 듯이, 한 편으론 걱정 어린 눈 빛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와이프를 비롯해서 아이들까지 같이 응원해 주고 걱정해 주어서 세삼 가족의 사랑과 힘을 더욱 절실히 느꼈던 하루였다.

기록은 5시간 7분 20초였다. 약간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완주 했으니깐...

이렇게 나의 풀 코스 마라톤 도전이 끝났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고, 도전이 있기에 현재 내 삶이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의 말씀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생애 첫 풀 코스 완주는 인생 중 커다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 경험과 기억을 잘 살려 앞으로 삶의 어려움과 역경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정은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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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zie*** 2013-11-20 답글답글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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