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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2013 춘천마라톤(풀코스 그 이상의 감동..)
작성자  오임석 - 2013-11-09 오전 12:09:58 

안녕하세요. 인천에 사는 오임석이라고 합니다. 

간만에 대회 후기를 작성하려니 감회가 새롭네요.

춘마 끝난지 벌써 3주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감동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 후기를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건, 그 아무리 잘 쓴다 하여도 제 마음에는 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의 감동과, 그 때의 희열을 글로 미처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 가슴속에만 품고 있기에는 너무 벅찬 이 감동을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어 보겠습니다.

 

저에게 춘마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이 사진 하나로 답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2년도 춘천마라톤 첫 출전 모습

                                                                                                                                                         (photo by 술취한랩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작부터 절뚝이며 출발하던 저를 끝끝내 완주할 수 있게 도와준 여자친구와 함께 정말이지

힘들게 결승선을 통과하였습니다. 제 생애 가장 지옥같았던 풀코스가 있다면 바로 춘마였고 기록도 가장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저 때는 기록은 중요치 않았습니다. 첫 풀코스를 저를 믿고 용기 있게 도전해준 그녀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 할 망정 부상으로 그녀에게 짐이 되어버린 저는 동반주도 하지 못하고 여자친구보다 느리다는 오명까지..

 

그래서 이번에는 설욕의 무대? 는 아니지만 지난 해 아쉬웠던 기억이 많던 대회라 꼭 나가리라 마음 먹고 저 혼자 개인신청을

합니다. 이번에는 같이 나가지 않으리 이번에도 x망신 당하지 않으리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서 훨훨 날아보자 했는데 아니 이거 왠걸??????????

 

저 몰래 따로 개인신청을 한 여자친구...

 

그래서 지난 해에도 하지 못 햇던 '아름다운 동반주'로 계획을 급변경하여 대회를 준비해 봅니다. 

이렇게 (400미터 트랙) 도전 100바퀴도 도전해보고

여자친구는 장경인대의 신호로 결국 100바퀴를 함께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너무나도 값진 경험을 하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였습니다.
 


 


멍 때리며 살다보니 어느새 춘마는 하루 전날로 다가왔고...
 

 
도전 100바퀴 이후로 장경인대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무사완주 하게 해달라고 초까지 사고;;; (왠만하면 거의 안 삼 ><)



대회 전 날 저녁에(서야) 카보로딩 한다는 핑계로 배고파서 잔뜩 과식하고


일어나서 대회 당일 아침에 같은 반찬에 밥 한 그릇 뚝딱 또 먹고!!

 

ITX 타고 춘천으로 고고~(표를 협찬해주신 자두누나께 감사)

 

(흔들렸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네요^^ (비록 풀코스 뛰기 전이라도.. 하하)

 

남춘천역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한파..

 

대회장으로 이동하면서도 왜 이렇게 춥지? 하면서 마치 수능날 추위처럼 춘마때도 갑작스럽게 추위가 오나보나 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다가, 출발하기 전 에너지음료를 각각 한 캔씩 먹었더니(평소에는 출발 전 하나를 나눠먹음) 소변이 급해 줄을 서 있는데

화장실 줄이 왜 이렇게 긴지.. 그거 기다리다가 C그룹(여자친구와 저는 같은 C그룹) 출발할 때 못 하고 D그룹 후미 주자들과 함께 출발을 합니다.

 

다들 출발하기 전 쌩쌩한 모습들. 함께 춘천을 달리는 휴레의 용자들과 함께~

                                                                                                                                                                (photo by 버쯔님)

 

1. start~10km (00:54:53)

출발 전부터 날이 추워서 몸이 얼어 있는데, 거기에 외투까지 벗고 몸에 싱글렛 하나만 걸쳐있으니 어찌나 춥던지. 여자친구는 출발 전까지 얼굴이 하얘져가지고 오들오들 떨고있다가 뛰기 시작하니 오히려 점점 몸에 열이 나면서 춥지 않아서 그게 참 좋았네요.

저희는 그렇게 오바페이스 하지 말자며 5분 페이스 안팍으로 힘 들이지 않고 뛰어 갑니다.

9km 지점에 다다랐을 때, 왠지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풀코스 뛰면서 화장실 갔던 기억은 첫 풀 뛸 때 이후 거의 없었음)

마침 화장실이 보이길래, 여자친구보고 화장실 갈래요? 라고 했더니 별로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보인 김에 갑시다. 남자는 마려울 때 아무데서나 볼 일 보면 되지만 여자는 또 그게 안 되니깐.. 하면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나오면서 정말 오길 잘 했다면서 둘 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시동을 겁니다.

 

(아직은) 해맑은 그녀

 

2. 10km~20km (00:54:48 / 누적 01:49:41)

천천히 뛰다보니 몸도 가볍게 느껴지고 특히나 화장실 다녀오니 너무도 시원해서(?) 그 좋은 기분 그대로 반환지점까지 가자면서 서로를 다독이며 뛰어봅니다. 아까 출발하기 전 에너지음료 한캔을 억지로 마셨던 것이(힘낼려고ㅠ) 오바스러웠던지 13km 지점에서 간이화장실이 보이길래 또 서게 됩니다. 여자친구는 화장실 안에서 저는 급한대로 밖에서;;; 볼 일을 보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여자친구가 힘들게 말을 꺼냅니다. 무릎 주위에 통증이 와서 아무래도 자기는 반환점에서 결승선으로 쭉 가야겠다고.. 안 그래도 다리는

괜찮은건지 신경쓰였는데 이렇게 힘든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알기에 알았다며 남은 7km도 만만한 거리가 아니니깐 화이팅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다시 뜁니다. 뛰면서 들은 생각인데, 오늘은 하프 가기도 전에 이미 화장실을 두번이나 갔으니 더 이상의 수분공급은 없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비워도 비워도 몸에 수분은 충분한 것 같은 그런 느낌..? ㅋㅋ

 

half (01:57:01)

물론 더 빨리 뛸 수도 있었지만,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가 염려되어 여자친구가 속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것 같으면 바로 다운시켰는데..

막상 반환점에 도착해서 보니 두시간은 좀 너무 했네요?! ㅋㅋ 물론 저 혼자 뛰는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랑 같이 뛰는거라 한 명이 퍼지면 

다른 한 명도 그 페이스에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프까지 여자친구의 속도를 일부러 다운시킨 저인데 이제 막상 혼자 가려니깐 막막하데요?^^ 저는 여자친구와 함께 풀코스까지 뛰는 걸로 페이스를 맞춰 놓았는데, 여자친구는 여기서 빠지고 저 혼자 마무리를 져야 할 상황입니다. (여자친구가 접수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혼자 뛴다고 생각했을 때 목표기록이 3:30분 이였는데, 하프도 1:30분안에 못 들어오는 제가 그건 좀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반환점에서 남들은 저리도 바삐 뛰고 있는데.. 저희에게는 이별의 정거장이 됐지요

남은 20키로를 가야하는 제 마음도 마음이지만, 그런 저를 혼자 보내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애써 씩씩한 척 급히 돌아서던 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던 순간이었습니다.

 

3. 20km~30km (00:53:11 / 누적 02:42:52)

달려야 합니다. 저 혼자라도 꿋꿋히 달려야 합니다. 약해지지 말자고 주문을 외듯 혼자 터벅터벅 뛰어갑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이 울먹거렸지만 흘리진 않았습니다. 아직 20키로나 더 가야했으니까요. 우는 건 결승점에 도착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여자친구 덕분에 하프지점까지 일부러 페이스다운을 하였더니 힘이 많이 남은 듯 하였지만, 누군가 그랬다죠 풀코스는 결승선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거라고.. 그래서 지금부턴 나 혼자니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뛰자고 다짐하면서 그때부터 시간 계산을 합니다.

어차피 330은 안되는거고 이렇게 된 이상 서브4라도 해야하겠는데..이왕이면 30분대를 하고 싶었습니다. 39분이라도 30분대에 걸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고 작은 희망을 바라봅니다. 반환점 이후 혼자 달리기 시작하면서 gps시계의 페이스로 표시되던 부분을 누적시간이 표시되게끔 바꾸고 그때부터 시계를 안보고 제 몸이 달리는 리듬에 집중합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얼마 안되서 나오는 다리 위에서.. (울먹였지만) 씩씩한 척!

 

4. 30km~40km (00:53:45 / 누적 03:36:36)

마의 30km지점을 지나고 시계를 한번 들여다 보았더니 누적시간이 2시간 40분을 넘어갑니다.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남은 12km를 한시간 안으로 뛰어야 3시간 30분대가 나오는데 음.. 그것도 욕심이었네요. 다시 40분대로 계획 급수정합니다.^^ 평소같았으면 12km 한시간 안으로 들어오는거 일도 아닐테지만, 전 지금도 몹시 지쳐있지만 그러지 않은 척, 그러기 싫은 척 하는거니까요. 30km까지 별 무리없이 생생하던 제 모습에서 자신감을 찾았지만 역시나 마라톤은 30km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습니다. 35키로까지는 별 무리없이 갔습니다만..

35키로 지점부터는 1키로가 어쩌면 그렇게 더딘지.. 그때부터가 마라톤을 하는 것이지요. 거리는 일정하게 재어져 있는데 제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가는게 문제죠. 그렇지만 03:30분 부터 30분대, 40분대까지 수정했던 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승선에서 애타고 저를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위해서라도 1분, 아니 1초라도 빨리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면 "나 여기서 이럴 시간없어. 빨리 들어가야 돼.." 라고 제 자신을 부추기면서 다시금 없던 힘까지 내서 달립니다.

 

   

                                                                            (photo by 버쯔님)

정확히 35km 지점에서 동호회 회원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원래 이 지점에서 아는 사람 보는 그 자체가 큰 힘이 되데요^^)

해맑게 "휴레 여기있어요~" 하면서 웃는 모습 찰칵! 


5. 40km~finish (00:11:20 / 누적 03:47:56)

그토록 기다리던 소양강 처녀의 동상이 보이고 "아 이제 여기가 끝이구나.."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여기서부터의 2.195키로는 이제껏 달려 온 40km보다도 더 길게 느껴질지어니..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지만 앞으로 조금 더 고생을 해야만 합니다. 정말 정말 안 그럴 것 같지만 40km 식수대 이후부터 걷는 사람이 꽤나 많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신력 싸움입니다. 누구나 다 힘이 들고 걷고 싶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뛰는 사람도, 거기까지 와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걷는 사람도 생기는 겁니다. 저도 급수대에서 물을 두세잔 마시면서 살짝 걸으면서 수 많은 생각이 제 머리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아 걷고 싶다. 걷고 싶다. 걷고만 싶다...

사람이 참 이상하게도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두 다리가 매우 무거워만 집니다. 40km까지의 시간을 보면 3시간 36분대. 30분대는 이미 저만치 물 건너갔지만 아직 40분대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2키로를 10분정도에 간다는 것도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또 간당간당하게 50분대로 들어가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어 마지막 힘을 내보기로 합니다

 

다리가 괜찮으면 38키로 지점에서 기다린다는 여자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오른쪽으로 계속 붙어서 뛰었는데 어찌됐는지 40키로 지점에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힘은 점점 떨어지고 정말로 한 발 한 발 억지로 끌고 간다는 표현이 맞을 때쯤, 저 멀리 제 이름을 부르는 여자친구가 보입니다. 솔직히 다시 여자친구를 만난다면 눈물이 왈콱 쏟아질 것만 같았는데 울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환하게 웃어주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합니다. 남은 1키로 남짓을 저와 함께 뛰어주기 위해 주로에 들어오지만 이내 다리가 아픈지 미안한 목소리로 "도저히 못 뛰겠어요. 너무 미안해요.." 라며 울먹거립니다. 저는 뛰지마 뛰지마요 나 괜찮아요 하면서, 이제껏 뛰어 온 41km 보다 더 길었던 1km를 뛰고 끝내 감격스런 완주를 합니다.

순간 시간의 체크타임이 03:47:56초...

가까스로 40분대에 들어갔네요

 

완주하시니 좋으십니까..? ^^


 

남들에 비하면 초라할수도 있는 기록이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값진 3시간 47분 56초 였습니다.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페이스가 일정치 못하고 떨어지는 편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20키로 이후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대회였습니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 닭갈비 하면 남춘천역 앞 육교 건너서 닭갈비 골목 언덕 맨 꼭대기에 있는 솔터닭갈비!!!! 꼭 가보세요

사진에서처럼 얼마나 푸짐한지 몰라요. 그리고 야채보다 닭고기가 훨 많음!

  

정말 최고의 닭갈비맛과 소맥맛을 보여준 이 날 풀코스의 마무리는 귀요미 표정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저희는 가을의 전설을 쓰고 왔습니다.

작년은 부상때문에 너무 힘든 나머지 고통으로만 기억됐는데..

올해도 역시나 춘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렇게 잊지 못할 선물을 주네요.

부상당한 여자친구에게 오늘만 날이 아니라며 내년에 꼭 같이 뛰자며 극구 만류했지만, 대회 당일 아침에 거짓말처럼 괜찮다며 주섬주섬
싱글렛을 챙겨입으며 함께 뛸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차마 뛰지 말라는 말은 못 하였습니다.

작년의 저를 보는 것 같았기에..

출발할 때부터 다리를 절뚝거리며 뛰던 그때의 제 모습까지 닮아버린 제 여자친구의 고집을 저는 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프까지 함께 뛰면서, 아 이 사람이 얼마나 춘마를 좋아했으면, 내년도 있는데 이렇게 놓질 못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왜 아픈데 그렇게까지 뛸려고 해요?

 

"춘마는 저의 첫 풀이잖아요. 그것도 당신과 함께 했던..." 

 

 

                                                                                                                         http://blog.naver.com/koisois/9018436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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