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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또 한 번의 가을의 전설을 발로 쓰다.
작성자  강경수 - 2013-11-01 오후 1:38:24 

대회 전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준비물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배번호표를 클럽복에 달고 기록칩도 마라톤화에 부착한다. 설렘 때문일까. 일찍 잠자리에 누워보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잠이 든다.

새벽 3시20분 알람소리에 깨어 가방을 들고 버스 탑승 장소로 향한다. 내가 속한 대전 주주클럽은 100명이 넘는 선수와 자원봉사자가 이번 춘천마라톤에 참가한다. 3대의 버스에 분승하여 한밭수목원을 출발한다.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전조등으로 어둠을 가르며 중부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모두들 토막 잠에 빠져들어 차내는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아침 식사를 위해 문막휴게소에 정차한다. 황태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서자 넘치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7시 40분 대회장인 공치천에 도착한다. 낯설지가 않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달릴 채비를 서두른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주주회원들과 준비운동을 한다. 부상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도 춘천마라톤은 '가을의 전설'로 통한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룬 삼악산을 바라보며 의암호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국내 최고로 정평이 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춘천마라톤대회는 어쩌면 아마추어마라토너들이 꼭 뛰어보아야 하는 대회다.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출발선에 선다. 두번째 출전이어서 긴장감이 덜할 줄 알았는데 똑같다. 가을의 전설을 쓰기 위한 건각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라톤조직위가 배정한 그룹의 출발 순서보다 먼저 출발하면 실격이다. 참가자가 출발점의 전자매트를 밟고 지나가는 순간부터 기록이 측정되므로 여유를 갖고 몸을 풀면서 앞 그룹이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배동성아나운서의 출발 구령과 함께 내가 속한 D그룹도 힘차게 출발한다. 진정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퍼지는 것도 욕심에서 나온다. 조금만 오버페이스를 해도 몸은 용납하지 않는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달린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로 속도를 낼 수가 없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다.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씨이지만 분위기 만큼은 활기차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비닐로 몸을 감싸고 달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껴지는 만산홍엽의 가을 길을 달리니 마음이 즐겁다. 

마라톤은 오로지 달리는 데만 목적을 둔다면 마라톤의 진정한 의미를 간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달리는 과정에서 나를 만나고, 내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살아온 삶의 반성과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의 계획을 생각한다.

5KM 급수대에서 물 한 컵을 마신다. 마라톤에서 수분 섭취는 필수다. 급수대마다 조금씩 꾸준히 마셔야 후반에 수분 부족으로 인한 탈수현상과 급격한 체력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7KM 지점네서 만나는 의암댐, 호반과 어우러진 울긋불긋한 가을 수채화가 한 눈에 담긴다. 터널을 지나면서 선수들의 함성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의암호를 돌면 2시 방향으로 가을 옷을 입은 삼악산이 멋진 자태를 뽐내지만 날씨가 흐려 풍광은 예년만 못하다. 그러나 달리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사이 코스느느 중반으로 넘어선다.

춘마는 의암호의 단풍과 물안개 그리고 터널을 통과할 때 선수들의 함성으로 멋진 기억도 있지만, 나에게 감동인 것은 투병 중인 친구나 동료의 완쾌를 비는 소망을 적은 메모를 달고, 자식의 대학 합격을 비는 부모님의 간절한 바램과, 제자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선생님의 마음 등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역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가슴 뭉큼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정오가 지나가자 햇빛이 내려쬐기 시작한다. 춘천댐 서상대교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은 부담스럽다. 은근한 오르막에 걷는 주자가 많아진다. 언덕을 넘어 또 언덕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서 위로가 된다. 춘천댐코스는 생각보다 그리 힘들디 않았다. 오히려 32KM 근처 터널 오르는 언덕이 더 힘들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달리기 도중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마의 30KM 자유발언대'가 올해 춘마에 처음 등장햇다. 주자들이 체력적으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지점에 설치했다. 3시간 넘게 달려온 참가자들은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자유발언대에 올라 그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낸다.

가족에게 사랑과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는 참가자의 음성이 귓가에 전해진다. 가슴이 뭉클하다. 유스트림과 LTE통신망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고 한다.

도로변에 102보충대 장병들이 도열하여 힘찬 응원을 보낸다. 작년에는 이 지점을 지나면서 무릎에 통증을 느낀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는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다.

37.5KM 지점 스펀지 공급대를 지나자 주주믈럼회원들이 열띤 응원을 보낸다. 기념 사진을 한 장 담고 응원을 뒤로하며 40KM지점을 향해 달린다.

소양2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자 은은한 연주곡이 울려퍼진다. 40KM 전자매츠에서 울리는 전자음이 반갑다. 걷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달린다. 골인지점 1KM 전방부터는 가족과 동호회원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진다. 이대는 자기도 모르게 힘이 저절로 난다. 마라톤은 중독성이 강하다. 달릴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지금 달리고 있으면 더더욱 행복한 것이다. 행복한 피로감이 온몸을 감싼다.

곳곳에서 사진 촬영의 셔텨 소리가 들린다.몸은 힘들지만 손을 들어 멋진 포즈를 취하며 미소를 보낸다.

드디어 골인. 3시간 53분 40초. 105리의 머나먼 길을 달려온 내 다리가 자랑스럽다. 작년 첫 출전에 실패했던 서브-4의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2만5천여명이 하늘과 단풍, 호수가 어우러진 가을을 달렸다. 서로 다른 가을의 전설을 꿈꾸며 달린 42.195KM 자신의 한게에 도전한 모든이가 승리자다. 춘마는 내년을 기약하며 그렇게 아련한 추억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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