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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나의 페이스메이커?
작성자  윤도경 - 2012-11-14 오전 10:32:29 

3주동안 연습을 전혀 못했다. 1주 편하게 쉬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발목이 좋아지기에 고민하던 하프대회에 참가했다. 역시 무리였다. 절룩거리며 1시간45분에 골인을 했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도 이제는 나아지는 조짐이 전혀 없다.

이대로 중마는 포기인가? 원주 병원에서는 앞으로 달리기 싫으면 중마를 뛰라고 한다. 그래서 구성에 있는 썹쓰리를 한 연세의원을 찾았다. 다양한 치료를 받으며 날짜는 빠르게 지나갔다. 대회4일전 원장님이 중마 뛰고 싶지 않냐고 한다. 당연한 것을 물어 보냐고 했더니 토요일 와서 판단하자고 하신다. 토요일 방문하니 주사 놓은뒤 중마에 함께 가자고 하신다. 페이스대로 달리다 통증이 오면 포기하라고 하신다. 나는 함께 가는 형님들이 있고 나중이 걱정되니 후미에서 천천히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고로 원장님은 이번 춘마에서 3시간5분, 일주뒤 중마에서 3시간15분을 기록했다.

종령형님을 만나니 종규형님과 함께 뛰고, 대회일 아침에 나를 태우러 들린다고 하신다. 그래서 재술형님과 뛰기로 생각하고 근육경련(쥐)에 대한 정보대로 정제염을 사려 했으나 천알에 만육천원이란다. 그정도는 필요없기에 준비에 강한 동준형님께 몇알 부탁을 했다.

대회일 아침 몇주만에 마라톤화를 신으니 날아갈 것 같다. 날씨도 좋고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만으로 기분은 최고조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 입고 물품을 맡겼다. 중마서포터즈 대회에 참가한 무길형님, 영철형님, 용환아우도 함께 사진을 찍고, 재술형님과 함께 가기로 얘기를 나눴다.

"형님, 저도 상태가 안좋으니 처음부터 4분 뛰고 1분 걷고 해요. 그리고, 지금 정제염 한알 먹고 중간에 두알 먹으면 쥐도 안날거예요."

"정말 그럴까?"

"제가 들은 정보인데, 매번 대회때마다 쥐가 나서 포기하던 사람이 이렇게 하니까 쉽게 완주하더래요."

나는 혼자 화장실에 잠깐 들렸고, 일행은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로 재술형님을 찾을 수가 없었다. 페이스메이커 풍선이 모여있는 곳까지 헤집고 들어갔다. 까치발을 하고 깡총깡총 뛰어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신호는 떨어지고 바깥쪽 가드레일에서 계속 지켜 보았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대중형님이 보인다.

"대중이형 재술형님 어딨어요?"

"한참 있어야 올거야"

다행이다. 앞이 아니고 뒤에 있구나. 조금 있으니 우리 일행 몇명이 보인다. 너무나 반갑고 시계를 누르며 재술형님과 함께 출발했다. 4분 뛰고 1분 걸으면 합이 5분이다. 걸을때 종령형님과 종규형님은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뛰니 먼거리에 보인다. 재술형님은 속도를 내지 않았고 내발목도 부드러웠다. 이대로라면 쉽게 완주할 것만 같았다.

"재술형님 어때요?"

"괜찮은데. 벌써 또 걸을 시간이다."

"기록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완주한다고 생각하자구요."

"그래, 쥐나 안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쥐 안날거예요. 이따가 정제염 두알 드릴께요." 

20키로 정도 가니 발목에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그 정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시계마저 상태가 안좋아 초기화 되어버렸다. 재술형님 시계를 보면서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도경아, 종아리가 좀 당긴다."

"그건 저도 그렇고 여기 뛰는 사람 누구나 하프정도 지나면 그렇잖아요."

"다음 급수대에서 그거(정제염) 먹어야겠다."

"25키로가 반환점인거 같은데 거기에 물 있을거예요."

"반환점이 꽤 멀다. 그지?"

"근데, 썹쓰리 페메 지나갔는데 재훈이가 안보이네요?"

잠시뒤 320페메가 지나가도 안보인다. 내가 못보고 지나갔나. 그때 힘들어 하는 재훈이가 지나간다. 부르면 더 힘들어 할것 같아 그냥 재술형님과 얘기를 했다.

"다음에는 동준이 형이 보이겠죠?"

"330은 힘들까?"

"힘들죠, 일주사이에 풀을 뛴다는 것으로도 대단하죠. 저도 작년에 춘마에서 3시간22분이 아쉬워 2주뒤 중앙에서 2분이상 단축하려고 쥐어짰는데 3시간25분에 들어왔어요. 이번에는 일주차이니 더 힘들죠."

동준형님이 보인다. 불러서 서로 얼굴을 보았지만 재훈이 못지않게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잠시뒤 대중형님이 보이는데 싱글벙글이다. 느낌에 동준형님을 충분히 잡고도 남을 기분이다.

회장님은 보이지 않고 25키로 반환점에 다다르니 종령형님과 종규형님이 쉬고 계신다. 재술형님께 정제염 두알을 건네고 나는 걷기로 마음 먹었다. 무리해서 계속 뛰다가는 정말 영원히 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겁이 나기도 했다.

"형님, 먼저 가세요. 30키로나 35키로까지는 지금처럼 4분 뛰고 1분 걷고 하다가 힘이 남으면 걷는거 빼고 쭉 뛰세요."

"쥐 안날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더 그런거예요. 지금까지 잘 왔잖아요. 그냥 편하게 가세요."

"그래, 너도 무리하지마."

"네, 걸어가다가 뛸만하면 뛰고 아니면 버스 탈께요."

재술형님을 보내고 배고픔에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실컷 먹었다. 한참을 걸으니 26키로 표지판이 보인다. 시간을 재보니 1키로에 9분정도 걸리는 것 같다. 계속 해서 걸으니 발목이 안좋아서인지 허리와 무릎에 많은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서서히 달리려 했더니 절룩거리면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재술형님과 비슷한 사람이 보인다. 이번 기념티 색깔이 재술형님 옷과 비슷하기에 아니길 바랬다.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모자와 흰장갑을 낀 것이 비슷했다. 뛰다 걷다 하는 것도 아니고 뛰다 쉬면서 다리를 풀어주는 것이 재술형님이 확실했다. 좀더 빨리가서 재회를 하고도 싶었지만 그러면 눈물이 날것 같았다. 지금쯤 힘차게 골인해야 할 사람이 근육경련으로 괴로와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먼 발치에서 계속 걸었고, 형님은 뛰다걷다 다리를 주무르며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리도 조금 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부르면 들릴정도의 거리였다.

"재술이형 여기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러게말이다. 또 쥐가 나서..."

"안타깝네요. 그러면 버스타고 가시지."

"그러는 너는?"

"저는 반환점이후 계속 걸어왔어요. 혹시나 해서..."

그렇게 얼마를 가다고 뒤에 경찰이 따라오고 인도로 올라가라고 방송을 한다.

"형님, 뛸 수 있으면 먼저 가세요. 저는 힘들어요."

"걷는 분들은 인도로 올라가세요." 경찰이 방송을 계속 하니, 후미 대부분 인도로 올라간다. 나는 뛰는 척을 해본다. 이건 뛰는 척일뿐이지 걷는 것과 같은 속도이다. 3개 차로에 경찰차 3대가 횡렬로 에스코트하고 그뒤에 5600버스와 승용차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제는 창피함을 넘어서 꼴찌로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강하게 만든다.

드디어 종합운동장에 들어섰다. 여전히 걷고 있다. 재술형님은 뛰면서 골인하지만 그마음을 안다.

'형님, 수고했구요.'

'우리 언제 시원하게 한번 다시 달려요.'

대회후 절룩거리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걱정해주신 회원님들께 이렇게 글로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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