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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에너자이저 나이트 런 참가기
작성자  고태영 - 2012-10-12 오후 2:49:39 


달리기를 좋아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밤에 함께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라
2개월 전에 서둘러 10km 부문 참가 신청을 하고 대회 당일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대회장의 분위기를 만끽하려고 상암동 평화공원에 일찍 도착하여 마련된 각종 부스를 돌아봤죠.

매년 여러 마라톤 대회를 참석하고 있던지라 습관적으로 이벤트 위주의 행사보다는 알림 안내판 설치 여부나 물품 보관소를 포함한 대회 운영 부스 및 의료 지원 부스에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됩니다. 

평화공원 내 부지를 거의 다 차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장이었음에도 안내문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직접 다니면서 위치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1만명의 레이스 참가 인원이 몰리면 아무래도 혼란이 가중될텐데
어디를 봐도 그에 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에너자이저 홍보를 위한 기운만이 역력합니다.

시간이 지나 참가자들은 평화 공원을 다 차지할 만큼 가득 모여들었고, 대회 당일 한강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한 일반 관람 시민까지 가세하여 해질 무렵엔 이미 한강 시민 공원과 평화 공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 레이스 출발을 위해 스타트 라인으로 수천명의 인원이 집결하기 시작했으나 당초 5km 참가자가 먼저 출발하기로 되어 있던 계획이 공지도 없이 10km  참가자가 먼저 가는 걸로 변경이 되어 출발선에서 부터 인원들이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한강 둔치 쪽으로 향하는 협소한 길목에 마련된 비좁은 출발선에서 서로 각자 코스를 찾느라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바탕 난리가 치러질 무렵에 이거 잘 하면 인명사고날 수도 있겠다 싶은 찜찜한 생각이 듭니다.

어렵사리 출발이 이뤄졌으나 구름다리 위에 올라서기도 전에 수천명의 인파가 레이스 코스를 쓰나미처럼 집어삼키면서 일반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고 나온 사람들은 졸지에 파도 속 부유물처럼 레이스 무리 사이에 떠다녀야만 했습니다.
피할 수도 없고 그냥 같이 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 대회측의 인원 통제와 당일 마라톤 대회가 있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참가자와 나들이객 모두 피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강으로 쏟아져 나와 가양대교로 가는 길목에서 코스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인원들이 본의 아니게 코스를 이탈하여 엉뚱한 길로 달리고 뒤를 쫒던 사람들 마저 맹목적으로 그들과 같이 달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참여인원들이 갈렸다가 뭉쳤다가 난리가 벌어집니다.

대회 4일 전 코스가 사전 공지된 것과 다르게 변경되어 숙지하고 온 인원과 그렇지 못한 인원들이 그 어두컴컴한 길에서 충돌하고 엉키고 그 과정에서 일반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여기 저기서 언성을 높이며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길을 다 차지하고 달리는 참가자들 때문에 불과 4~5m 거리의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양 사이드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집니다. 

반환점을 일찍 돌고 나온 참가자들과 분리한다는  목적으로 좁디 좁은 길을 다시 반으로 갈라 중앙에 삼각콘을 세워 두었는데 어두워서 대부분 뛰어 넘어 피해야 하거나 늦게 발견한 사람들은 달리는 속도에 못 이겨 걸려 넘어지고 부상자가 속출합니다.

어린 참가자들과 여성 참가자들은 일찍 지쳐서 좀 걸으려 해도 뒤에서 인원들이 밀고 나와 중간에 멈출 수도 피할 곳도 없습니다.

이런 아수라장이 벌어지는데도 통제하는 대회 운영위 측 인원은 보이지도 않고 자원봉사 학생들만 도로에 덩그러니 나와 있습니다.
자원봉사학생들도 그렇게 많은 인원을 확성기 하나 없이 육성으로 통제 불가할 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참가자가 구분되어질 만한 시안성 조차 갖추지 못 하고 참가자나 자원봉사 학생들이나 다 같이 어둠 속에서 제 몸 하나 돌보기도 버거웠습니다.

약 4km 지점에 마련된 유일한 급수처는 반환점을 돌고 나오는 쪽에 있었지만 반환점을 향해 가던 인원과 돌고 나온 인원들이 물을 먹으려고 한 지점에 수 백명이 엉키면서 밀고 밀리고 바닥에 온통 물이 다 튀기고 혼선이 가중되었습니다.

양쪽으로 식수대를 설치해서 인원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려는 운영 주최측의 당연한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마라톤 대회를 운영한 경험이 단 한번이라도 있다면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쯤은 예상이 가능함에도 대회 후 운영 사무국은 시뮬레이션이 부족했다라는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그럼 대회를 준비하는 긴 기간 동안 도대체 뭘 시뮬레이션 한 걸까요?  

반환점을 돌고 나와 하늘공원으로 진입하는 곳에서는 10km 참가자들과 5km 참가자들이 크로스로 엮입니다.
거기서 이미 대회는 실패작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레이스 초반 내내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서로 부딪히고 넘어지고 전투하다시피 달려왔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더 많은 인원이 다시 모여서 또 충돌합니다.
게다가 야간에 불빛 하나 없는 메타세콰이어길을 들어갔다 다시 돌아 나오는 2차 반환점을 찍고 와야 합니다.

돌뿌리 투성인 좁은 흙길을 오가는 인원들로 흙먼지가 매캐하게 일어납니다.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또 삼각콘으로 길을 나눠 놓았습니다.
길 가쪽은 웅덩이도 있고, 풀과 돌이 깔려 있어서 달리기 매우 위험한데 그렇다고 중앙쪽으로 달리면 반대편의 인원들이 달려오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자원봉사 학생들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디서 참가자들이 튀어나와 들이 박을 지 예상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어떻게든 사고는 면해야 합니다.

어깨가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근접한 거리를 목숨걸고 달려야 합니다.
발 아래 뭐가 있는 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이 코스를 지나야 합니다.
툭 튀어나온 배수구를 뛰어넘고, 나뭇가지를 피하고, 돌맹이에 발목이 접질려도 달리지 않으면 여길 빠져 나갈 수가 없습니다.
물러나서 숨돌릴 공간은 조금도 없습니다.

이 위험천만한 짓을 왜 내 돈내고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머리에 달고 뛰라고 준 조악한 헤드랜턴 기념품 불빛에 화산재처럼 일어나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게 그저 안타깝습니다.
여기를 뛰고 있는 내 자신도 불쌍합니다.

그렇게 빠져나와 오르막 언덕길을 지나 8km 정도에 오니 아예 5km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도록 코스가 짜여져 있네요.
레이스 내내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달려야 하는 대회는 처음 뛰어 봅니다.
이젠 욕하기도 지칩니다.
그저 빨리 끝나고 집에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골인 후 간식을 받으러 가는 길은 안내문도 안내자도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냥 앞사람이 가는대로 따라가 볼 뿐입니다.

줄서서 받은 비닐봉지 안에는 작은 바나나 1개, 영양바 1개가 먹을 거리의 전부 입니다.
그 흔한 음료수도 없고 물은 모자라 더 마실 수도 없답니다.
이것도 일찍 들어왔으니 받을 수 있었던 행운이고 늦게 골인한 사람들은 이 마저도 받지 못 했답니다.

맡겨둔 짐을 찾아 빨리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운영 주최측은 아쉬웠던지 쉽게 놔주질 않네요.

초반에 우려했던 물품 보관소에서 대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줄서서 대기시간만 1시간이 넘습니다.
10km 코스를 한 번 더 뛰고 오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립니다.
줄은 더 길어지는데 물품 보관소를 담당하는 자원봉사 학생들은 불과 몇 명 입니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참가자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고, 
당황한 어린 자원 봉사 학생들은 숨 돌릴 틈 없이 뛰어다니지만 대회 운영위 관리 인원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어린 학생들이 무슨 죄라고 갖은 욕설에 코피까지 쏟아가며 수 천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의 짐을 찾고 있습니다. 

조급한 참가자들은 직접 물품 보관소에 들어가 자신의 짐을 찾는데 아직 찾기 직전의 짐들은 도난에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누가 가져가도 모르는 일이고, 관리조차 되지 않아도 대회 관계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회장을 돌아나오는데 그저 한숨만 일던 상태를 너머 분노가 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엉망으로 대회를 진행할 깜냥 밖에 안되면 애당초 대회 운영을 하지 말았어야 함에도
그저 수익과 홍보를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당일 대회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게시판에 벌써 불만글이 폭주하고 있더군요.
며칠 후 사과문이 올라왔으나 뭐 흔한 뻘소리에 불과하구요.

대회 주최측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볼모로 참가자들을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뜀박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업의 상업성 홍보를 덧칠하는 짓을 참가자의 안전 문제와 바꿔도 상관없다 라는 마인드라면 앞으로 다시는 에너자이저 나이트 런과 같은 대회를 주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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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hhh5*** 2012-10-12 답글답글
 

대회 운영 미숙으로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한것이 엿 보입니다
잘못된점을 예리하게 추적하여 작성하셧네요~
잘못된 대회로 마라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악 영향을 미침니다~
대회측에서는 깊은 반성을 할것으로 생각됩니다~


drives*** 2012-10-15 답글답글
 

운영의 미숙함이 얼마나 많은 참가자들을 힘들게 하는지 여실히 배웠습니다.
성실히 운영하는 다른 대회 운영위들도 많은데 그 분들의 노고가 이런 부실한 대회로 인해
행여 도매급으로 폄하당하실까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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