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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대회참가후기
제 목 추억 속을 달리다
작성자  이상철 - 2011-04-15 오후 1:13:37 

추억 속을 달리다

   서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마찬가지겠지만, 동아마라톤 코스는 내겐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내가 어려서 살던 집과 학교와 첫 직장을 지나간다. 나는 어려서 동대문구에 살면서 성동구와 종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광화문에 있던 직장에서 1990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마라톤에 입문한 초보자로, 다음 카페 마라톤 동호회 ‘65뱀’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출전하게 된 이번 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는 특별한 대회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나는 서브 4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 가을에 이어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고 특히 첫 번째 때는 30km지점에서 체력의 고갈을 맞이한 것을 감안하면 당초에 무리한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틈틈이 열심히 달렸고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면서 드디어 3월20일 출전 당일을 맞았다. 

   대회 당일의 기상은 좋지 않았다. 특히 전날부터 중부권에 강한 황사가 끼어 장기간 거친 호흡을 해야하는 마라톤 출전이 걱정될 정도였다. 차라리 공기를 깨끗이 씻어줄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비가 왔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광화문으로 향했다. 지금은 외교부청사가 들어선 자리에 있던 교통방송, 내 첫 직장에 출근하던 그 설렘 그대로였다.

   광화문은 인산인해였다. 까페 회원들을 만나 함께 몸을 풀고, 길게 줄을 서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였다. 비가 오는 가운데 비옷을 입은 우리는 저마다의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각자의 출발선을 통과했다. 달리기는 사회생활의 애환과 술자리의 기억이 생생한 을지로와 청계로를 지나 종로로 이어졌다. 조계사 뒷편에 있던 나의 모교는 공부가 아니라 주먹으로 유명한, 종로를 주름잡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학교다. 교복을 입고 경기, 배제, 중앙고 학생들을 만나면 왠지 그냥 뻐기고 싶던 게 내 모교였다. 옛날 교복 세대로서 교복을 입고 누비던 그 종로를 이제 중년의 마라토너가 되어 다시 달리는 기분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길은 이어져 내가 어려서 살던 답십리로 접어들었다. 아버지의 가게가 있었고 부모 밑의 따스함이 남아 있는 곳, 참으로 오랜만에 이 길을 밟게되는 나는 추억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흔히 인생의 험난함에 비유되는 마라톤은 나를 이런 감상에 젖어 있게만 하지는 않았다. 숨은 거칠어졌고 하프를 지나 30km 지점에 이르자 다리는 점차 무거워져 체력은 한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흔히 마라톤을 고독한 경주라고 한다. 그러나 마라톤은 한동안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인물을 만나게 해 준다. 그는 바로 나다. 허위로 가득한 말과 행동, 분수 넘는 마음 속에 감춰져 있던 진짜 나를 극한 상황에서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게 한다. 죽도록 힘든 상황에서 한걸음 더 나가보려하는 그 용기와 열정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특히 ‘65뱀’ 자원봉사자들이 30 km 지점에서 내 이름을 큰소리로 외쳐주며 응원해주었을 때, 함께한다는 감동의 물결이 가슴 속에 진하게 와 닿았다. 마라톤은 결코 외롭지 않다.

   잠실대교를 지나 올림픽경기장으로 들어갈 때 주로의 주자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모두가 승리자로 하나가 되어갔다. 저마다의 목표에 도전했던 성취감에 기쁨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사이로 역력히 드러났다. 4시간 5분 48초, 나는 처음 계획했던 서브4에는 아쉽게 못미쳤지만 결과에 만족한다. 지나온 반생을 반추하듯 즐거운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준 달리기였다. 이번 완주를 통해 앞으로 달려갈 삶에도 큰 힘을 얻은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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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a3*** 2011-04-17 답글답글
 

네~한편의 수필집을 읽는것 처럼 넘 잘 쓰셨습니다~동마후기 잘봤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dlakstj*** 2011-07-30 답글답글
 

완주를 축하드리구요
즐달 하셔서 Sub-4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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