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3-4년 전만 하더라도 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주자들이 어르신이나 여자분들을 우습게 보고 쫓아가다가 오버페이스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각자가 자기 나름의 완주목표를 가지고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주자들이 42.195km를 달리는 과정에서 겪게 되거나 해결해야할 갈등들이 수없이 많다. 대회 중에 경험하는 갈등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자신의 페이스로 갈 것인가 무리를 따라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중간에서 그만 두어야 할 것인가 계속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대회에서 혼자서 달리는 것보다 무리를 따라 가면 속도유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맞바람의 공기저항이 2-3% 감소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무리를 따라가면 혼자 가는 경우보다 3-5분 정도 완주 속도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느린 주자들 보다는 바른 달리기를 선호하는 주자들에게는 페이스 메이커를 포함하여 정속주행하는 무리를 따라가는 달리기가 적당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런 훌륭한 무리를 쉽게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혼자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다 보면 달리는 도중에 앞선 사람을 따라 잡으려고 노력하거나 조금식 뒷 사람들에게 추월당하게 될 수도 있다. 대회 중에 추월당하게 되면 자신과 비슷한 속도의 무리를 잡아서 떨어지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는 날은 특히 더 중요하며, 그럼 무리를 쫓아가는 상황은 정말 지독하고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는 참담한 대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이미 기가 죽거나 의욕이 소실된 경우에 받는 심리적인 영향은 굉장할 수 있다.

자기보다 빠른 주자들의 무리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무리라면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리의 후미에 따라가다 보면 그 무리도 조만간 두 무리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지고, 두 번째 무리는 자기보다 더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뒤에 있는 주자에게 "몇 시간에 달려요?"하고 물어 보면 무리의 뒤에서 튕겨 나오기보다 자기와 같이 달리거나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에 너무 행복해 하는 많은 동지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힘들지만 무리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다. 무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로 가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오버 페이스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느린 속도의 무리 속에 묻혀 가야할 유일한 경우는 맞바람이 있을 때이다. 반환하여 맞바람의 효과가 사라졌을 때는 느린 무리에서 즉시 빠져 나오는 것이 안전하다.

마라톤 중간에 부상을 당했을 경우 할 수 있는 일이란 결을 것인가 그만 둘 것인가 결정하는 것 뿐이다. 만약 계속 함으로써 부상이 더 악화되거나 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걷더라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 마라톤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 좋은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라톤 대회에서 레이스를 중단한 적은 없다. 17km 를 걸어 완주했던 적도 있다. 2000년도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좌측 장딴지 근육에서 생긴 근육경련이 슬굴곡근, 우측 장딴지 근육과 슬굴곡근으로 번지면서 뒤틀린 로보트 걸음으로 걸어서 완주를 했다.

그러면 부상이 심해진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절뚝거리게 되거나 근육경련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경우, 아니면 진짜 통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반드시 달리기를 멈추어야 한다. 가벼운 두통과 집중할 수 없을 경우, 또는 열경련의 증상이 있을 경우는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반면에 중등도 근육통이나 포기감이 있을 경우는 완주를 해도 무방하다.

만약 보스톤 마라톤 대회 자격을 따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지만 그 시간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지연되었다면, 그 시간부로 대회를 포기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예를 들어 9월 대회에 자격을 따기 위해 참가했다가 폭탄을 맞았다면, 계속 달려 부상을 악화시켜 회복기간을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대회를 중간에서 포기하는 것이 10월이나 11월의 대회에서 기록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참가 중인 대회에서 시간 목표를 세우지 못하게 될 경우, 훈련주로 바꾸는 주자들도 있다. 이런 결정의 가장 큰 위험성은 결정하기가 너무 쉽고 다음에도 다시 그런 결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