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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가이드 - 기고

내가 점점 非마라토너들을 멀리하는 이유

호박氏 등록일 : 2012-05-23 오후 11:38:01

호박氏의 마라톤 세상만사[20]
내가 점점 非마라토너들을 멀리하는 이유

최근 동창 모임에 갔다가 여러 명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예전 같지 않게 연락도 너무 뜸하고 모임에도 잘 안 나오며, 만나서도 별로 반가운 기색이 없으니 서운하다는 거였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연락을 드물게 하는 것이나 모임을 거르는 것이 딱히 바빠서가 아니었고 만났을 때 예전만큼 반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 년 전부터 서서히 ‘비 러너’들과 멀어지는 중이다. 그 이유는 별 게 아니다. ‘비 러너’들이 나의 소중한 마라톤을 끊임없이 비하해서다.

[상황 1] 유난히 더운 날 대회 다녀 와서 저녁 술자리에 갔을 때

나 : 아유~ 오늘 대회 정말 아찔하더라고 이렇게 더울 줄 몰랐어.

같은 클럽 김씨의 반응 : 그래도 기록 잘 나왔네. 이십칠도 넘어가는데 평균기록 유지했으면 아주 잘 한 거야. 열 순응 훈련이 이미 된 거라고 봐야지. 몸 맞춰가면서 잔잔하게만 뛰어주면 다다음주에 기록 좀 당기겠구만 허허허허허.

고교 동창 M의 반응 : 자알 한다. 아주 엠뷸런스에 실려 가야 정신을 차리지? 그러다 진짜 죽어. 알어? 아유 도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그러는지 원. 그게 무슨 운동이야 노동이지. 지가 무슨 이봉주 쯤 되는 줄 아나보지? 넌 임마 술 그만 마셔. 더위 먹은 놈이 취하면 진상밖에 더 부리겠냐?

[상황 2] 춘마를 위해 혹서기 훈련을 하다가 심신이 지친 어느 날

나 : 요즘 몸이 무거워. 낮 시간에 계속 뛰었더니 몸이 안 좋네. 훈련을 줄여야 하나?

같은 클럽 박씨의 반응 : 팔이랑 다리 보니까 이제 색 좀 나오기 시작하는구만 뭔 소리야? 서브쓰리 하려면 더 뛰어야 돼. 힘들게 혼자서 뛰지 말고 다음 주에 나랑 같이 남산 가자고. 마치고 족발에 소주도 한 잔 하고 말이야. 허허허허.

대학 동창 K의 반응 : 때려 쳐 쉐끼야! 훈련 좋아하고 자빠졌네. 민방위훈련이나 제 때 나가 쉐끼야! 밥 쳐먹고 할 지랄이 없어서 돈 뿌리면서 마라톤 하고 앉았냐? 어이구 인간아. 바짝 벌 시기에 웬 마라톤 타령이냐. 정신 좀 차려 임마. 너랑 얘기하다 보면 멘탈 붕괴된다 자식아.

[상황 3] 벼르고 벼르던 대회를 망치고 일주일 후

나 : 기록 한계가 딱 오니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돼. 내가 언제까지 마라톤을 할 수 있을지 말이야.

같은 클럽 최씨의 반응 : 내가 인생 선배이자 마라톤 선배로서 얘기하는데, 그런 고비를 계속 겪으면서 뭔가 조금씩 깨달아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어. 느려지면 어때? 풀코스를 못 뛰고 하프나 십킬로만 뛰게 되면 어때? 그래도 주로에 설 수 있다는 게, 땀 흘리며 달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 아니야? 그리고 내 경우엔 말이지, 기록 욕심을 완전히 버렸을 때 뜬금없이 기록 경신을 하게 되더라고. 그러니 힘을 내.

마누라의 반응 : 당신이 말을 먼저 꺼냈으니까 얘기할게. 내가 지금까지 자기 마라톤 하는 거 다 참고 다 이해해준 거 알지? 알지? 말 나온 김에 약속 해. 언제 그만둘 건지 애기를 하시라고. 1년? 2년? 그 이상은 나도 못 참아. 알어?

[상황 4] 장장 4년 만에 하프 최고기록을 세운 날

나 : 이거 참 기대도 안 했는데 유난히 몸이 가볍더니 기록을 깨버렸지 뭡니까 하하.

대회장에서 동료들 축하 받고 있을 때 옆 부스 동호인들 반응 : 아이구, 듣자 하니 오늘 최고기록 내셨나 봐요? 이거 참 축하드립니다. (악수 청하며) 일단 한 잔 받으세요. 축하주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도 여성회원 한 명이 풀코스 머리 얹어서 축하주 먹고 있었는데 자리 합쳐서 같이 마십시다. 우리 수육이랑 오징어무침 해갖고 왔어요. 4년 만에 기록 내셨다고? 아이구 훈련을 어떻게 하셨길래? 등산을 많이 하셨나? 좌우지간 일루 와요. 일단 앉아서 얘기해요.

그날 저녁 거래처 사장의 반응 : 아이구~ 아주 대단하십니다. 역시 뭐 언제나 파워풀하시고, 열정적이시고, 그런 만큼 일도 워낙 뛰어나게 잘하시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여하튼 그래서 이번 주 안에 제안서를 넣어주시면 내부공유 한 다음에 우리 팀장이랑 같이 미팅 하시고 또 소주도 한 잔 하시고 그러면서 말씀 하시죠. 내일 아침 또 제가 미팅이 있어서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 하는 걸로…

이러니, 내가 비 러너들을 점점 회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Writer's Profile
필명 호박씨, 40대 중반의 (자칭)중상급자 러너다. 밀레니엄과 함께 마라톤에 입문해 ‘길고 가늘게’마라톤을 해왔다. 10여 년간 마라톤 현장을 누비며 겪은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웹매거진 클럽마라톤에 독점 연재 중이다.

park*** 2012-05-24

답글

저도 금방 친구와 간만에 통화했는데 첫마디가 아직도 뛰어다니냐더군요
그렇게 뛰다가 심장마비 걸린다고 이제 그만 비러너로 돌아오라고
뚜껑열리는거 간신히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친구 뇌경색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퇴원한지 5일 됐거든요
어떠한 외압에도 즐런합시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러너와 비 러너의 차이는 나이 먹을수로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60~70대 러너들은 아예 또래들과 말을 섞지 않는답니다. 할 말이 없다고.

ys*** 2012-05-24

답글

글 잘 보았습니다...그렇다고해서 와이프를 멀리할 수도 없지 안나요??? ^^

편집자 2012-07-03

답글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100i*** 2012-05-25

답글

적당한 달리기는 평생보험이라 생각하고 평생친구처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 몸은 제가 챙겨야죠^^..건강친구는 자기 자신 아닐까요^^~ 언제 어느때나 함께 할 수 있는 달리기가 최고인것 같아요.

편집자 2012-07-03

답글

맞습니다 누가 뭐라든 오래오래 달리는 게 최고죠

BKY1*** 2012-05-25

답글

이제 달리기 시작했는데 무릅이 벌써 아프네요

편집자 2012-07-03

답글

살살 단련해 주세요~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겁니다.

hws9*** 2012-05-25

답글

저도 달리기 시작전에는 비마라토너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게 생각나네요.다들 자기들은 못해서 그런걸거예요.비마라토너들은 시간이 없다. 달리는게 힘들다고 다들 마라토너들을 배아프게 보죠. 하지만 달리기 시작하고 체지방 빠지고,몸매 균형 잡히고 해서 만나면 다들 시샘어린 말투로 한마디씩하죠.힘들지 않냐고, 그럼 전 건강은 건강할때 지키는 거라구요 한마디 덪부치죠.

편집자 2012-07-03

답글

어떤 노인 러너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건강해지는 습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건강 자체가 습관이라고. 아픈 습관이 든 사람은 이유 불문하고 아픈 거라고 말이죠.

ljs6*** 2012-05-26

답글

마라톤 하면 관절염 걸린다고 하는 분들 모두 이해가 안돼요. 어느 정도 연습도 없이 몇번 달려 보다가 바로 인대 늘어나고 하는 형태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눌님과 같이 마라톤 하면 넘 좋다는것 명심했으면 합니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마눌님과의 마라톤, 저에게는 조국통일 이상으로 간절한 소망입니다.

booke*** 2012-05-28

답글

마라톤을 하면서 달라진 점 중 몇가지
1. 주말이 더 바쁘다-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해졌다.
2. 음주는 주말 대회 후 또는 주초가 마음 편하다-가능하면 술은 피하고 싶다.
3. 음주관련 한가지 더- 음주가무 보다 뛰는게 더 좋다.
4. 동병상련- 달리는 분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연습 중 주로에서 또는 길에서 마라토너를 마주치기만 해도 반갑다.
신발이나 복장, 운동화 내지 포스만 봐도 느낌이 오잖아요.^^
5. 건강관련- 과신해서는 안되겠지만,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수치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 외에도 생활에 많은 변화가 왔고, 이는 제 삶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사적으로 회피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비달림이들과의 교류가 적어지게 됩니다.
호박氏님의 글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

편집자 2012-05-31

답글

1번부터 공감 백배입니다. 주말에 진 빼고 월요일에 쉬죠 ㅎㅎ

mcri*** 2012-05-29

답글

뭐든 같이 할수 없다면 멀어지는게
당연합니다......진짜 공감가는 내용들 입니다
그래서 전 주변인들을 설득해서 같이 합니다......지금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뜁니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능력자시네요. 천하통일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dlakstj*** 2012-05-29

답글

저도 한때는 술을 많이 마셨는데 요즘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가능하면 참석하여 술은 줄이는 편입니다.
먹었을때는 다음날 반드시 일찍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달리게 된다.
뭔지는 모르지만 부지런해졌것은 맞는것 같다.
호박씨의 공감가는 얘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같은 양을 마셔도 덜 부대끼는 것도 마라톤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bravet*** 2012-05-29

답글

어쩌면 이렇게 공감가는 글들만 올리시나요? 마라톤 뛴다고 하면 비러너들은 2시간대에 모두 들어오는줄 알더군요.

편집자 2012-07-03

답글

비 러너들에게 듣는 가장 난감한 질문이 몇 등 했냐는 거죠. 수천 명 중에서 몇 등 정도 하기를 바라는지....

dold*** 2012-05-29

답글

충분히 공감합니다.
서로 공통적인 느낌과 공유하는 바가 없으니 점차 멀어지더라구요

편집자 2012-07-03

답글

주부 러너들이 특히 그건 것 같더군요. 어떤 분은 동네 아줌마들과 대화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punt*** 2012-05-29

답글

2년차 달림이입니다
지금 상황은 어절수 없는것 같습니다
이해못하고 시기하는것은
마음이 항상 달리고 있기 때문에

편집자 2012-07-03

답글

달리는 사람과 달리지 않는 사람 사이엔 정말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ilsan*** 2012-05-31

삭제된 글입니다.

편집자 2012-06-07

답글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들의 안 좋은 문화(내지는 습관?) 중에서 상대 외모에 관한 부정적인 말로 내 관심의 정도를 표현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살 빠졌네? 운동 열심히 하나봐? 하면 될 것을 어이구, 얼굴이 왜 그래? 요즘 힘드냐? 이러면서 상대방 안위를 걱정한다는 표시를 내곤 하죠.

kwpa*** 2012-06-04

답글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킵시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우리 모두 지킵시다

jac*** 2012-06-05

답글

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초보이긴 하지만 가끔 만나는 타지역 동료들이 헐 살 많이 빠졌네~~~~?
첨에는 걍 기분만 좋았는데 지금은 인내심도 강해지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활력이 넘치니 일석이조 아닐까 생각이 드네여 ^^

편집자 2012-07-03

답글

그렇죠. 몸이 강해지면 자신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angelh*** 2012-06-09

답글

맞습니다..비러너와의 차이가 있죠....주위의 친구들은 아니 왜 힘들게 뛰는게 그걸 돈을 주면서 뛰냐는 말도 하죠...

그럴때면....이사람들아 한번 뛰어보고 얘기하자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baiktta*** 2012-06-09

답글

동감 동감 ^^ 외로웠는데 속이 다 시원하군요
그놈의 죽는단 소리들 ㅋㅋㅋ

편집자 2012-06-14

답글

많이 당하셨던 모양입니다. 나는 좋아서 뛰는데 죽느니 어쩌니 하면 정말 기분 잡치죠.

kod*** 2012-06-18

답글

100 프로 공감입니다. 아는사람만 아는 고통속의 즐거움 마라톤의 희노애락

편집자 2012-07-03

답글

마라토너 아니면 어찌 공감할 수 있을까요 ^^

qkrwo*** 2012-06-19

삭제된 글입니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미국이나 영국만큼 마라톤이 대중화 되려면 정~~~~~말 멀었다는 생각이 종종 들죠

volva*** 2012-06-21

삭제된 글입니다.

편집자 2012-07-03

답글

배우자의 선택은 대개 두 가지죠. 계속 바가지를 긁느냐, 차라리 같이 달리느냐!

pennyr*** 2012-07-04

답글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는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는다면, 그리 후회된 삶은 아니다라고 얘기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고상돈, 박영석 얘기도 하죠..
어차피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죽은 사람들인데,
사람들은 마라토너 심장마비사와 박영석의 히말라야에서의 죽음을 다르게 보는 듯..
스케일이 달라서 그랑가..ㅋㅋ

편집자 2012-07-06

답글

네, 저도 그럴 때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 하려다가 꿀꺽 삼킨답니다. 심장마비가 구더기냐고 반박할까봐요 ^^

kjho*** 2012-09-14

답글

비마라토너들과 너무돌출되는 대화도거리만멀어지죠,적당한행동도필요합니다,수고하십시요~`잼나게읽어갑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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